개전 50일 넘긴 러, '마라톤' 전략 본격화…한국戰 닮아가나(종합)
러 마리우폴 장악…돈바스 대공세 우려
장기 소모전 유도하는 '마라톤' 전략 본격화
전쟁 장기화시 美-서방 공조 결속력 약화 우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53일만에 남부 주요 요충지인 마리우폴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밝히면서 전쟁의 양상이 장기간에 걸친 소모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과 서방에서도 전쟁이 앞으로 수년간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마라톤’ 전략에 미국과 서방이 휘말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쟁이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경우, 에너지 위기가 지속되면서 미국과 서방의 대러 제재와 공조 결속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전역을 점령했으며, 소수의 우크라이나 수비병력이 마리우폴 최대 제철소인 아조우스탈(아조프스탈) 제철소에서 최후 항전 중이라며 항복을 요구했다. 미하일 미진체프 러시아 국가국방관리센터 사령관은 "순수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부대와 외국 용병에 적대행위를 그만두고 무기를 내려놓을 것을 제안한다"며 "무기를 내려놓는 자는 살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마리우폴이 개전 53일만에 사실상 러시아군의 수중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면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역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가 예상되고 있다. 미국전쟁연구소(ISW)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군이 북부 하르키우 인근과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 남부 마리우폴을 장악하면서 돈바스 지역 전체를 3면에서 포위하는데 성공했다"며 "러시아군이 대규모 공세에 나서면 돈바스 지역 내 우크라이나 수비병력들은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일대에서 키이우(키예프) 등 중심부까지는 소수병력으로 방어가 가능한 대도시가 없고 대부분 평원지대라 러시아군이 전차와 지상군을 앞세운 소모전에 나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그동안 50일 넘게 진행된 전투 규모를 크게 능가하는 대규모 공세가 우려된다"며 "끝없는 사상자가 발생하는 장기간의 소모전이 진행되면 무기와 병력이 열세인 우크라이나는 매우 불리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반대여론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은 얼마든지 장기전을 끌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존 알터만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이나 1991년 걸프전 때처럼 대부분 전쟁에서 2개월 내로 전투를 끝내는 ‘스프린터(Sprinter)’ 전략을 써왔지만, 러시아는 정반대로 마라톤 전략을 구사해왔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러시아 독재 정권은 여론 악화를 통한 정권 교체 우려가 없기 때문에 마라톤 전략을 쓸 수 있으며 전쟁이 길어지면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과 서방도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경고다. 실제로 러시아는 1999년 체첸 전쟁에서도 10년 이상, 현재 진행 중인 시리아 내전에서도 8년 이상 전투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서방 당국에서 전쟁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독일 빌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악의 경우 전쟁이 수개월, 혹은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 대비해야한다"며 "우크라이나는 자기방어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받아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CNN도 "미 의회 내 일부 의원들과 보좌진들 사이에서 3년여에 걸쳐 진행됐던 한국전쟁과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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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장기전으로 전쟁을 끌고 갈 경우, 서방국가들의 대러제재 결속력이 먼저 무너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맥스 헤이스팅스 전 영국 텔레그래프 편집장은 블룸버그통신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유럽국가들은 미국이 이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행보에 발을 맞춘다면서도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조치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등 중동국가들과 멕시코와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들까지 대러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분쟁이 장기화되면 글로벌 에너지 위기도 지속될 것이며 이런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다른 국가들간 통합적인 힘이 유지되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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