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내일' 오늘과 내일이 다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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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콘텐츠에서 ‘저승사자’들이 인기 캐릭터로 주목받고 있다. 기억상실 꽃미남 저승사자를 내세운 tvN 드라마 '도깨비(2016)'와 개성 강한 세 차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2017)'의 글로벌 흥행으로 시작된 저승사자 열풍은 '신과 함께-인과 연(2018)', OCN '경이로운 소문(2020)', tvN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2021)', 넷플릭스 '지옥(2021)' 등과 같은 작품의 성공을 통해 계속되었다.


저승사자 열풍의 배경에는 판타지 장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시대의 변화도 있지만, 현재에 대한 현대인의 불안감 또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같은 작품들 속에서 저승사자들은 과거 ‘전설의 고향’ 시리즈에서 보던 단순한 공포의 대상에서 벗어나 현재에서의 삶을 돌아보게 하거나 현세의 종말을 예고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 같은 경향의 최전선에 자리한 작품이 MBC 금토드라마 '내일'이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파격적인 저승사자 캐릭터를 통해 내일이 두려운 현대인들의 불안과 슬픔을 이야기한다. 높은 자살률이 사회문제가 된 시대, 저승을 관리하는 기업 ‘주마등’의 회장 옥황(김해숙)은 저승사자들의 과로를 막기 위해 위기관리팀이라는 부서를 신설한다. 위기관리팀은 첨단 기술을 통해 우울 수치가 위험 수위에 달하는 이들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경고등이 울리면 극단적 선택을 막는다. 바야흐로 저승사자들이 망자들을 인도하는 역할을 넘어서 ‘죽고 싶어하는 이들을 살리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전에 없던 저승사자 캐릭터도 신선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위기의 인간을 구해내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개인의 우울이 아니라 사회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고통받는 것으로 그려진다. 가령 방송 작가의 사연을 다룬 첫 번째 에피소드에는 심각한 학교폭력의 폐해가 반영되어 있다. 29세의 은비(조인)는 고등학생 시절 그녀를 따돌리고 괴롭힌 웹툰 작가를 인터뷰하게 되면서 애써 지웠던 악몽에 시달린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피해자의 고통은 물리적 가해를 넘어 한 영혼을 파괴하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환기한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거듭된 낙방으로 좌절하는 장수공시생 남궁재수(류성록)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재수를 구하기 위해 그의 행복한 기억이 남아있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위기관리팀은 그곳에서 재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부친 남궁현(김경민)을 만나게 된다. 그 불행한 가족사 안에 IMF로 인해 직장에서 밀려난 수많은 가장의 비극과 오늘날의 청년 실업 문제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이처럼 ‘개인의 노력’만으로 도저히 극복하기 힘든 사회문제 앞에서, 내일의 희망은 점점 희미해진다. 다만, 드라마는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완전히 고립되지 않도록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름의 방식으로 위안을 전하려 한다. 위기관리팀장 구련(김희선)이 냉철한 말투로 현실을 돌아보라는 각성 효과를 준다면, 팀원 준웅(로운)은 따뜻한 공감의 태도로 상처를 다독여준다. 이들의 노력은 사회시스템이 미처 관리하지 못하는 소외지역을 시민공동체의 관심과 연대로 보완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렇게 '내일'은 생명을 살리는 저승사자라는 역설의 위로를 통해 내일이 보이지 않는 시대를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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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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