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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먹구름'…기업 98% "원자잿값 폭등에 올해 영업익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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商議 제조업 304개사 조사 결과
기업 열 곳 중 세 곳 "제품 팔수록 손해"

'원가절감' 사활…"정부 물가안정 지원 절실"

"임금·금리·물류비 등 복합 인플레 대응 필요"

'하얀 석유'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 리튬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기업 생산 비용 및 소비자 판매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 네바다주의 리튬 광산 모습.(사진=아시아경제 DB)

'하얀 석유'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 리튬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기업 생산 비용 및 소비자 판매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 네바다주의 리튬 광산 모습.(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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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1. 중견건설기업 A사는 적자를 걱정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전체 공사비의 30%를 차지하는 철근, 시멘트 등 주요 건자재 가격이 20%가량 급등했기 때문이다. 공사의 대부분을 2~3년 전에 수주한 상황이라 뾰족한 대책을 찾기도 어렵다. 한국은행이 14일 기준금리를 1.50%로 0.25%p 올린 가운데 다음 달에도 건자잿값이 또 오른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회사 분위기가 침울해졌다.

#2. 식품기업 B사는 몇 년간 제품값을 동결했지만 더는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 고민이 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때문에 밀가루와 설탕값이 계속 오르고 물류비까지 상승한 까닭에서다. 최근 다른 회사들이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사고 있는 사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최근 원자잿값 급등에도 이를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워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건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갈수록 물가가 오르는 '복합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는 만큼 원자잿값은 물론 임금, 금리, 물류 등 비용 부담을 줄일 전방위적이고 획기적인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기업들은 촉구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기업영향 설문조사 결과.(자료=대한상의)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기업영향 설문조사 결과.(자료=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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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제조기업 304곳을 대상으로 한 '최근 원자잿값 급등에 따른 기업영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 기업의 75.6%가 원자잿값 급등으로 제품 생산 단가가 크게 올랐다고 답했다. 이 같은 현상이 영업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응답 기업의 66.8%는 최근 상황이 이어지면 올해 영업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31.2%는 제품을 팔수록 손해가 발생해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조사 기업의 98%가 원자재 가격 급등 때문에 기업이 피해를 입을 거라 우려한 것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올 들어 원유·천연가스·석탄 등 에너지를 비롯해 철강, 광물, 곡물 등 거의 모든 산업 부문에서 원자재 조달 가격이 급등 중"이라며 "최근의 원자재 가격 인상은 기업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아 기업 부담이 커지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례로 '하얀 석유'라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간 472%가량 폭등했다. 반도체 핵심 원료인 네온과 크립톤도 올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각각 260.9%, 105.1% 급등했다. 대표적인 원자재 가격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골드만삭스 원자재지수(GSCI)는 1분기에 29%가 올랐다. 1990년 이후 32년 만에 분기 기준 최대 상승률을 찍었다.


원자재 가격 인상분 제품가격 반영여부 설문조사 결과.(자료=대한상의)

원자재 가격 인상분 제품가격 반영여부 설문조사 결과.(자료=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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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소비자 반발 때문에 원룟값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제품가격에 반영했는지에 대해 '충분히 반영했다'고 한 기업은 15.8%에 불과했다. '일부만 반영했다'(50.5%), '조만간 반영할 계획'(23.5%)이라 답한 기업이 74.0%였다. 지금은 반영할 계획이 없다는 기업도 10.2%나 됐다. 제품 가격에 원자잿값 폭등을 일부만 반영했거나 반영하지 않은 기업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주 원인으로 '매출감소 우려'(42.7%)를 들었다. 거래처와 사전 계약을 맺어 당장 제품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32.5%), 미리 확보한 원자재 재고에 여유가 있어 아직 올리지 않고 있다(16.5%)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않은 이유 설문조사 결과.(자료=대한상의)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않은 이유 설문조사 결과.(자료=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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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잿값이 계속 오르면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인 기업이 대다수였다.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대응 방안을 묻자 '제품 가격 인상'(78.9%)을 꼽은 기업이 열 중 여덟꼴이었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려면 제품 가격을 어느 정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사대상 기업의 절반 이상은 '전반적인 비용 절감'(50.3%)을 병행하겠다고 답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모두 반영하기 어려운 만큼 긴축경영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대체 검토'(23.0%), '계획 없음'(4.3%), '판매(납품) 중단'(2.6%) 등이 뒤를 이었다.


원자재 가격 현 상태 유지 시 기업 대응 설문조사 결과.(자료=대한상의)

원자재 가격 현 상태 유지 시 기업 대응 설문조사 결과.(자료=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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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정부 대책 중 '전반적인 물가 안정화'(39.5%)가 가장 시급하다고 봤다. 원자재 외에도 에너지 가격, 공공요금 등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고 변동 폭도 커지다보니 기업 부담이 쌓이고 있다는 얘기다.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 지원'(36.5%)을 요구하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이외에 '납품단가 합리적 조정 지원'(9.9%), '관세 인하 등 비용 부담 완화'(9.5%), '운영자금 지원'(4.6%) 등을 기업들은 요구했다.


기업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대책 설문조사 결과.(자료=대한상의)

기업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대책 설문조사 결과.(자료=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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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식 대한상의 산업정책실장은 "기업들이 당장의 원자재 가격 인상 부담 완화 방안은 물론 점차 현실화되는 복합 인플레이션 대응 전략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원자재 가격 문제뿐 아니라 임금, 금리, 물류비 등 기업의 비용 부담 요인들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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