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령 원안위원 "전문가 의견이 소수의견…규제 제대로 못해"
원안위 유일 원전 전문가…한국형 원전 개발 이끌었던 인물
"원안위 내 탈원전 인사…아이 싫어하는 사람에게 아이 맡긴 셈"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열린 제155회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 = 원자력안전위원회]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열린 제155회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 = 원자력안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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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원자력안전위원회 내부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성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원안위가 탈(脫)원전 코드 인사에 치우쳐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핵심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탈원전 백지화’를 강조한 만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원전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원안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 예정이다.


이병령 원안위 위원은 12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원안위가 (한쪽으로 치우쳐) 규제기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정부가 1986년 착수한 한국형 원전 개발의 총 책임자를 맡았던 인물이다. 국내 원전사는 1992년 한국형 원전 개발이 결실을 맺으며 변곡점을 맞았다. 1978년 고리1호기 가동 후 미국 등 외산 기술에만 의존했던 국내 원전 산업이 ‘기술 독립’을 이뤘기 때문이다.

"원안위는 원전 전문가로 꾸려야"

이 위원은 2019년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 추천을 받아 원안위 위원이 됐다. 문제는 이 위원이 원안위 내 유일한 원전 전문가로 꼽힌다는 점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은 원안위원장과 원안위 사무처장, 비상임위원 7명 중 3명에 대한 임명권을 갖는다. 원전 정책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원안위 핵심인력 절반 이상이 탈원전 기조를 내건 현 정부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의사로 선임된 원안위 비상임위원 4명은 탈원전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이병령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사진 = 아시아경제DB]

이병령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사진 =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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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이 지난해 사표를 냈던 이유다. 비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원안위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그는 원안위 관계자들의 만류로 올 9월까지 임기 3년을 채우기로 했다. 이 위원은 “원안위에서는 원전 전문가 의견이 소수의견으로 취급 받는다”면서 “원전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원안위가 어떻게 규제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탈원전 인사로 원안위를 채우는 건 아이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아이를 돌보라고 맡기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안위를 원전 전문가로 새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원전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원안위를 원전 전문가로 꾸리는 건 당연하다”면서 “핵심 구성원 9명 중 6명은 전문가로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조정아 원안위 안전정책국장도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진흥정책 추진 세미나’에서 "원안위가 아직 선진국 수준의 위상을 확보하지 못하고 국민적 신뢰도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지적을 사실상 인정한 바 있다.


인수위도 공감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이같은 의견에 공감대를 갖고 있다. 인수위는 최근 원안위에 “재탄생하라”고 주문했을 정도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도 “원안위가 규제 기능을 제대로 못한다면 더 독립적인 위원회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원안위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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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 수장 자리에도 이목이 쏠린다. 원전 계속운전 등 차기 정부가 내건 원전 정책 추진 여부는 사실상 원안위가 결정한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 탈원전 기조 하에 임명된 유국희 현 위원장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위원은 “적어도 원안위원장만큼은 관료 출신이 아닌 원전 전문가가 오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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