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도 30분내 가능, 유령총 키트도 총이다" 바이든, 본격 규제 발표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조립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누구나 우편으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누구나 온라인 등에서 부품을 사들여 직접 조립해 만들 수 있는 이른바 '유령총(Ghost Gun)'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를 선언했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유령총이 최근 미국 내 총기범죄 급증 배경으로 꼽힌 데 따른 조치다.
더힐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대국민 연설에서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유령총 조립 키트 하나를 선보이고 "범죄자, 테러리스트, 가정폭력범들도 30분 이내 총기 키트에서 총기를 얻을 수 있다"면서 유령총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이러한 총기 규제를 이끌 연방 주류·담배·화기·폭발물단속국(ATF) 국장에 연방 검사 출신 스티브 데틀바흐를 임명했다.
유령총은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니다. 2013년 미 캘리포니아주의 한 캠퍼스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당시 사용됐던 총기가 바로 부품을 조립해 만든 유령총이었다. 2019년 산타클라리타 고교 총격 사건 당시에도 유령총이 쓰였다. 미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유령총은 2만4000정으로 5년 전인 2016년 대비 10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된다. 뉴욕경찰(NYPD)는 올 들어서만 일련번호가 없는 총기를 131기 발견했다.
특히 유령총의 문제는 신원조회 없이 범죄자들도 쉽게 총기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과 추적이 어렵다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쇼파를 사서 조립해야 한다해도 여전히 쇼파이듯, 총기 조립 키트를 주문하면 총을 구입한 것"이라며 유령총에도 완제품 총기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연방법에 따라 총기 제조사가 총기에 일련 번호를 표시하도록 하고, 구매자들은 신원조회를 거쳐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 유령총은 총기류가 아닌 단순 부품으로 분류돼 어떤 규제도 받지 않는다. 과거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나 총기소지 금지자들도 손 쉽게 접근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일련번호가 없다 보니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민간에 돌아다니는 유령총의 규모조차 추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유령총 규제는 권총 프레임 등 부품에도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부품 판매 역시 허가를 받은 거래상이 구매인의 신원을 확인한 뒤 진행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는 총기 조립키트는 물론, 3D프린트를 통해 찍어낸 부품 등에도 적용된다. 또한 유령총을 재판매할 경우에도 일련번호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거래상이 총기 배경을 조사하도록 했다.
이러한 총기 규제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그는 "총기 폭력은 전염병이자 국제 망신"이라며 공식석상에서 수차례 총기 규제 방침을 밝혀왔다.
특히 이번 규제안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도시를 중심으로 각종 범죄가 급증한 상황에서, 치안 강화를 위한 메시지로도 읽힌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최근 잇따른 총기 범죄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치솟는 범죄율은 표심에도 직격탄이 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이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범죄에 무르게 대처한다고 비판하는 와중 반격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유령총 규제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날 발표한 규제안은 관보 게시 120일 후 발효된다. 하지만 당장 총기단체, 협회 등의 소송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총기소유자협회는 즉각 반대 성명을 공개했다. 미국 수정헌법 제2조를 들어 총기 규제가 무기를 소지할 권리를 인정한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더힐은 "의회는 10년동안 총기법안 개혁과 관련된 입법을 두고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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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F 국장에 스티브 데틀바흐 검사를 지명한 것 또한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ATF국장에 총기규제 옹호자인 데이비드 칩먼을 지명했으나 공화당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로 철회해야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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