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차기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다음달 초 공개한다. 재정을 풀면 물가가 뛰고, 물가를 잡으면 경제가 꺼지는 역의 상관관계에서 절묘한 해법을 찾아야 하는 난제 중의 난제다.
새 정부의 근본적인 고민은 나랏빚을 내지 않고 민생을 위한 추경규모를 공약대로 50조원을 마련할 수 있냐는 데서 비롯된다. 적자국채 발행 능력이 한계를 맞아 더 이상 시장에서 물량 소화가 불가능한 만큼 대폭적인 예산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본예산 607조원 가운데 8%를 깎아 재원을 마련한다는 원칙도 이미 세웠다. 반면 현 정부는 나랏빚 없이 대규모 추경 편성은 불가능하다고 맞선다. 나랏빚을 늘리면 채권금리가 뛰어 금융시장 불안 요소가 된다. 추경 편성 공약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하는 딜레마다.
국채발행시장에는 이미 경고음이 켜진 상태다. 현 정부의 국채발행 능력은 지난 1월 편성된 올해 1차 추경을 끝으로 사실상 소진됐다. 16조9000억원 추경 규모 가운데 11조3000억원을 빚으로 채웠다. 그야말로 ‘마른 수건을 쥐어짰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미 알려졌듯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어느 때보다 가팔랐다.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2022년 1차 추경 기준 1075조7000억원으로 400조원 이상 증가했다. 한해 80조원씩 늘어난 셈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같은 기간 36.0%에서 50.1%로 확대됐다. 박근혜 정부인 2013~2017년 이 비율이 32.6%에서 36.0%로, 4년간 3%포인트대 증가를 보인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항변도 있을 수 있다. 2020년 이후로 좁혀보면 코로나19 대응 추경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신규발행한 국채 규모는 50조5000원에 달했다. 52조5000억원 어치를 발행했고, 겨우 2조원을 갚은 결과다.
현 정부와 정치권은 빚을 내고 남는 세수를 전부 끌어다 가급적 모든 국민에게 돈을 쥐어주기도 했다. 2020년 4월 긴급재난지원금을 편성하면서 전국민 4인 이상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3조4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 상생국민지원금 명목으로 소득하위 80%에게 인당 25만원씩 지급했다. 저소득층에 대해선 인당 10만원씩 추가지급하는 선심도 썼다. 나랏빚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예상보다 많이 걷힌 31조원 가량의 초과세수가 재원으로 쓰였다. 국채에 남는 세수까지 갖다 쓸 수 있는 모든 재정여력을 총동원했다.
그 사이 돈을 빌릴 수 있는 여건은 악화됐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모습을 드러낸 인플레이션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구조적인 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오거스틴 칼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이달 초 "인플레이션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할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가상승세가 강해지면 금리인상 역시 불가피하다. 빌려쓰는 비용이 커진다는 뜻이다. BIS는 지난 2010년 보고서에서 이미 "저금리는 결국 비용이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BIS 보고서대로라면 현 정부의 돈풀기 정책의 대가는 차기 정부의 몫이 됐다.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노력을 했더라면 다음 정부가 해결해야 할 추경 난이도는 좀 더 낮아졌을지 모른다. 돈의 가치를 우습게 본 대가는 반드시 뒤따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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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권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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