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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230> 단백질 신화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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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230> 단백질 신화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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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는 단백질에 대한 신화가 많이 존재한다. 단백질은 매우 중요한 영양소이고, 부족하면 많은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충분히 섭취하여야 하며, 이러한 이유로 고기를 충분히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기를 안 먹는 채식주의자를 만나면, 단백질은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까지 해 준다.


단백질은 중요한 영양소인 만큼 많이 먹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여 의식적으로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많이 먹으려 하고, 그것도 부족하여 언제부터인가 단백질 보충제의 소비도 늘고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단백질’을 타이핑하면 바로 ‘단백질 보충제’라는 두 단어가 맨 윗자리에 나타날 만큼 단백질 보충제를 팔려는 마케팅 노력도 적극적인 세상이 되었다.

단백질 신화의 많은 부분은 맞다. 단백질은 탄수화물, 지방과 함께 에너지원으로 쓰이지만, 주요 사용처는 다양한 신체조직과 각종 효소의 재료다. 부족하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면역력이나 심장, 폐와 같은 기관들의 기능이 약해지는 원인이 된다. 부족할 때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없고, 탄수화물이나 지방처럼 저장하지 않기 때문에 매일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잘못 알려진 부분들도 많다. 사람들은 단백질 하면 고기를 제일 먼저 생각하지만, 식물성 식품에도 콩 종류나 견과류, 통밀, 현미처럼 고기 못지않게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는 식품들이 많다. 동물들의 몸에서는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고, 식물이나 식물을 먹고 사는 다른 동물들에서 가져와 모양만 일부 바꾸기 때문에 동물성 단백질이 더 좋은 것도 아니다(생명이야기 17편 참조).


단백질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좋다고 생각하여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이다. 단백질이 우리 몸에서 온갖 재료로 쓰이기 때문에 재료의 특성상 부족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넘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며, 더더구나 다다익선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남는 것은 당연히 버려야 하는데, 버리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단백질을 오랫동안 지나치게 많이 먹을 경우 남는 단백질을 버리는 비용은 신진대사 과정에서 콩팥이나 간, 심장, 뼈를 포함한 여러 장기들에게 부담을 주어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의 위험이 높아진다. 더구나 단백질을 많이 먹기 위해 식이섬유나 탄수화물 기타 다른 영양소의 희생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영양소의 부족으로 인한 문제도 생기게 마련이다.


장기간에 걸친 지나친 단백질 섭취는 몸을 산성화시키기 때문에 과일과 채소, 견과류와 같은 알칼리 식품을 함께 먹어 중성화시키지 않으면 몸이 산성화된다. 몸이 산성화되면 오줌의 양이 늘어나고, 탈수 현상이 나타나며, 골다공증이나 근육 악화, 신장 결석, 염증의 위험성을 높인다.


고단백 식단은 우울한 기분에도 기여할 수 있다. 탄수화물은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분비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 의학 협회의 한 연구에 따르면 1년 동안 고단백, 고지방 및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식사한 사람들은 저지방, 고탄수화물, 적당한 단백질 식단을 섭취하는 사람들보다 불안, 우울증 및 기타 부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경험했다.


고단백 식단은 식이섬유가 적은 경우가 많아서 특히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 동물성 식품인 경우 식이섬유 부족으로 인한 여러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식이섬유는 배변을 편하게 하고, 변비를 완화시키며, 비만의 위험을 낮춘다. 또한 혈당을 안정시켜 당뇨병의 위험을 줄이고, 간에서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억제하여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는 저밀도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낮춘다(21편 참조).


단백질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몸을 피곤하게 만들 수 있다. 단백질의 과잉 섭취는 콩팥, 간 및 뼈의 업무량을 늘려 부담을 주며, 특히 뇌의 주요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너무 적게 섭취하면 뇌가 늘 날카롭고 집중하며 활발하게 일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고단백 식단은 짧은 시간에 몸무게를 줄이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수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다른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 고단백 식단은 보통 탄수화물섭취를 줄이는데, 운동을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탄수화물 섭취가 줄어들면 운동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져 줄어든 몸무게가 다시 늘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몸에서 많이 섭취할수록 유익한 영양소는 없으며, 단백질도 예외가 아니다. 단백질도 다른 영양소처럼 우리 몸에서 쓰이는 재료의 하나이므로 일부러 많이 섭취하여 좋을 이유가 없다. 따라서 단백질도 과잉 섭취하려 하지 말고, 과일과 채소, 곡물을 다양하게 통째로 충분히 먹는 생명식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며, 당연히 보충제는 가까이할 이유가 없다.


독립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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