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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인공암벽 암장으로…펜데믹시대 영화관의 변신
CGV 높은 층고 활용 클라이밍 짐 개조…입소문 퍼져 평일도 붐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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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윤(26)씨는 스포츠클라이밍 동호회 ‘벽 헤는 밤’에서 활동한다. 일주일에 서너 번 암장(巖場)을 찾아 인공 암벽을 오른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스피드와 리드, 볼더링 세 종목으로 나뉜다. 신씨는 주로 볼더링을 한다. 안전벨트나 로프 없이 가파르게 기울어진 벽을 타고 다양한 코스를 등반한다. 볼더링은 근력과 순발력도 중요하지만, 규칙 없이 배열된 홀드 앞에서 자신의 몸과 클라이밍 스타일에 맞는 길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신씨는 1년 6개월 동안 꾸준히 연습해 어려운 코스도 너끈히 완등한다. 그는 "헬스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성취감과 쾌감에 매료됐다"며 "다른 회원들과 함께 운동해 실력이 금세 향상됐다"고 말했다.


신씨가 근래 가장 많이 찾는 암장은 서울 종로3가역에 붙어있는 영화관 CGV 피카디리1958다. CGV는 지난 7일 이곳에서 운영해온 7·8관을 개조해 클라이밍 짐 ‘피커스’를 조성했다. 이용권과 강습권을 판매해 수익을 낸다. 코로나19 확산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부상으로 극장가가 불황에 직면해 내놓은 자구책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관 관람객 수는 6053만897명이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2억2667만8777명의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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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는 좌석 띄어 앉기, 자동차 극장 등 안전한 관람환경을 내세우며 반등을 노려왔다. 그러나 개봉하는 영화가 현저히 줄어 전환점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이제는 콘텐츠에 얽매이지 않고 영화관을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오수진 CGV 공간콘텐츠팀장은 "고객이 직접 경험하는 콘텐츠를 고민하다 영화관의 높은 층고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클라이밍짐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피커스 암벽의 높이는 5.7m에 달한다. 볼더링 최소 기준인 4m를 훌쩍 뛰어넘는다. 피커스를 운영하는 김영진 훅클라이밍 부장은 "국내에 높이 5m 이상의 암벽이 많지 않다"며 "위에서 아래를 내려보다 고소공포증이 왔다는 이용객이 있을 만큼 코스가 다이내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져 평일에도 많은 이용객이 방문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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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20일(목요일) 저녁 피커스에선 이용객 150여 명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서로 어떻게 코스를 정복할지 논의하며 도전을 이어갔다. 난코스를 완등한 이용객에게는 카메라 플래시와 박수가 쏟아졌다. 다른 암벽에서는 입문자들이 전문강사의 설명대로 홀드에 매달려 암벽을 오르락내리락했다. 이용객 대다수는 20~40대. 입문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6개월 이상 운동한 경험이 있었다. 신씨는 "2020 도쿄하계올림픽에서 서채현 선수가 중력을 거스르는 모습에 반해 입문한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 부장도 "도쿄하계올림픽이 끝나고 이용객 수가 네 배 이상 증가했다"며 "수요에 맞춰 클라이밍 짐도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CGV는 남다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암벽의 기능성을 높이고 다양한 부대시설을 조성했다. 기존에 상영관 좌석을 받치던 단은 허물지 않고 모양을 그대로 살려 특징으로 부각했다. 황재현 CGV 홍보팀장은 "주 고객층이 20~40대라서 젊고 활발한 분위기를 내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3시간 이상 이용하는 특성을 고려해 공간도 효율적으로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피커스에는 암벽이 다섯 개 있다. 요구하는 기술과 난이도는 제각각이다. 김 부장은 "높이가 낮은 암벽에서는 지구력, 높은 암벽에서는 순발력이 각각 필요하다"며 "같은 암벽이라도 정기적으로 홀드 위치를 바꾸고 코스를 달리해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홀드 배열은 선수 출신 전문가들이 담당한다.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추락하는 동선을 매트 안쪽으로 설정하고 부딪힐 만한 홀드도 최소화한다. 김 부장은 "암벽마다 CCTV가 있고 안전책임자가 상주해 안전하게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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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는 내부적으로 이번 도전을 성공적으로 평가한다. 황 팀장은 "기존 여덟 관과 현재 여섯 관 매출에 큰 차이가 없다"면서 "피커스에서 기존 두 관을 크게 상회하는 매출이 추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홍지후 피카디리1985 매니저는 "평일 주 관람객층이 어르신이었는데 피커스가 개관한 뒤 젊은 세대가 대거 유입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에 을지로·청계천 등 가볼 곳이 많고, 클라이밍을 즐기다 영화도 감상할 수 있어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CGV 피카디리1958에서는 한겨울에도 레깅스나 크롭톱을 입고 영화관을 찾거나 인근에서 커피를 마시는 젊은 이용객들이 쉽게 발견된다. 홍 매니저는 "운동복 차림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모습을 보고 피커스에 관심을 가지는 관람객이 상당히 많다. 영화관도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영화 감상을 넘어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나아가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굳어버린 비대면 문화를 극복할 수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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