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퇴직자, 재취업 심사 있으나 마나
공직자윤리위서 취업 심사
2017년 이후 약 98% 승인
심사제도 사실상 유명무실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구채은 기자] 2017년 이후 금융당국 출신 재취업 희망자 중 97.8%가 취업 심사에서 재취업이 허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아시아경제가 공직윤리시스템에 공시된 취업이력 공시를 전수 조사한 결과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퇴직자의 취업심사 건은 총 92건으로 조사됐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재산공개 대상자는 퇴직 전 수행했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3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다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 여부를 확인받거나 취업승인을 받으면 재취업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의 퇴직자 취업 심사 건은 매년 증가 추세다. 2017년 7건에서 2018년 11건, 2019년 18건, 지난해에는 35건으로 3년 새 5배가 늘었다. 올해 6월까지는 21건이 발생했다. 기관별로는 금감원이 73건, 금융위가 19건이었다. 이들 기관의 퇴직자 심사 신청 건수 총 92건 가운데 90건이 취업가능·승인을 받았다. 취업가능 승인율은 97.8%에 이른다. 취업 불승인을 받은 사례는 금융위 2건(2018·2019년)이 전부였다. 금감원은 심사를 신청한 전원이 재취업 승인 처분을 받았다.
최근에는 금감원 핀테크 현장자문단 소속 부국장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로 이직 문을 두드리면서 금융권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다. 가상자산거래소는 금감원의 피감기관은 아니지만 이해상충 등의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윤리위는 업무 연관성 등을 고려해 이 부국장에 대해 두나무 고객보호실장으로 취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최근에야 퇴직자 취업제한 심사 대상이 됐다. 금융위는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보낸 ‘서면 요구답변자료’에서 자본금 10억원, 연간 외형거래액 100억원 이상 등에 해당할 경우 가상자산사업자도 취업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기준에 따라 두나무는 지난해부터, 빗썸은 올해부터 취업심사 대상이 됐다.
공직 퇴직자 취업 심사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무 관련성이 높은 곳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도 97%가 넘는 취업 심사 승인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감원과 금융위의 취업 심사 신청 사례를 보면 금감원은 금융권(50%), 금융투자협회 등 금융관련 협회·단체 유관기관(16%) 등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금융위는 유관기관(53%), 금융회사(21%)에 이르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리위 위원들은 공무원일 뿐이지 해당 영역의 전문가는 아니다"면서 "유관기관 판단에 있어 실제 영역의 전문가가 참여해 판단을 하도록 해야 하며, 취업 후 금융당국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지에 대한 판단도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현재 취업심사 자체가 인사혁신처 그늘 아래서 이뤄지고 있다"며 "온정적인 심사가 이뤄지지 않도록 독립적인 제3자 기관이 취업심사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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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가상자산 관련해서 이슈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감독당국에서 이동하는 경우는 엄격하게 심사를 하고 적절하게 취업관련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기본적으로 업무성격을 감안해 재취업심사를 깐깐히 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라며 "가상자산거래소의 경우 금융위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업무관련성이 클 것"이라고 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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