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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관광밖에 없는 지역인데…" 춘천, 한중문화타운 별안간 재검토에 '격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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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차이나타운 철회해 달라' 靑 청원 동의 60만건 돌파
시민들 "강원도 사업인데 외지인들이 참견해 사달" 불만 토로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차이나타운 아닌 관광지" 적극 해명
전국적 사안 비화하며 비판 줄잇자 "백지화 수순 밟을 것" 예상

28일 강원도 춘천 시내 거리 모습.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28일 강원도 춘천 시내 거리 모습.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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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그냥 황당하죠. 왜들 갑자기 그리 호들갑인지."


28일 오후 강원 춘천 지하도상가. 입구 인근에 마련된 쉼터에 앉아 있던 50대 최모 씨는 최근 이른바 '차이나타운' 논란에 휩싸인 '강원도 한중문화타운' 조성 계획에 대한 국민적 비판여론에 대해 묻자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 씨는 "정확히 어떤 사업인지는 잘 모른다. 나도 언론에서 한참 떠들어대길래 뒤늦게 알게 됐다"면서도 "강원도에서 한다는 관광 사업에 왜 다른 지역 사람들이 왈가왈부 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때 춘천을 대표하는 번화가였다는 지하도상가는 이날 인적 없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드문드문 매물로 나온 것으로 보이는 빈 가게들도 눈에 띄었다. 최 씨는 "원래도 불경기였지만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는 춘천 자영업자들이 더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다"며 설명했다.


춘천 토박이인 최 씨는 강원도의 '핵심 일자리'로 "관광과 공무원"을 꼽았다. 지역 시청·동사무소 등에서 고용하는 공무원과, 관광지 수입에 의존하는 자영업이 이 지역 서민 경제에는 생명줄과 같다는 설명이다. 그는 "강원도는 이 나라에서 가장 못 사는 지역이고, 번듯한 산업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그래서 관광지 만드는 일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춘천시청 인근 지하도상가. 한 매장이 비어있는 모습이다.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춘천시청 인근 지하도상가. 한 매장이 비어있는 모습이다.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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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원도가 춘천·홍천 등 일대에 추진하던 한중문화타운 조성 사업이 여론의 거센 반발에 사실상 백지화 됐다. 사업시행자인 '코오롱글로벌'(코오롱)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사업의 진행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사업은 조성 반대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60만건 넘는 동의를 받는 등, 사회적 화두가 된 바 있다.

앞서 강원도는 지난 2019년 춘천·홍천에 있는 라비에벨관광단지에 한중 복합 문화타운을 조성하는 업무협약을 중국 관영 '인민일보' 및 '인민망' 등과 체결한 바 있다. 이 사업이 실현되면 인천 차이나타운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로, 국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는 취지로 추진됐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이른바 '문화 동북공정' 논란으로 반중 감정이 거세진 상황에서, 굳이 중국 문화를 홍보하는 대규모 관광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불거졌다.


춘천, 홍천 등 일대에 조성될 예정이었던 '강원 한중문화타운' 조성 사업은 여론의 거센 반발로 인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춘천, 홍천 등 일대에 조성될 예정이었던 '강원 한중문화타운' 조성 사업은 여론의 거센 반발로 인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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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청원인은 "한중관계에 있어 교류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사고"라면서 "왜 대한민국에 작은 중국을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곳은 대한민국인데 왜 우리나라 땅에서 중국 문화체험 빌미를 제공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으니 차이나타운 건설을 단호하게 반대한다"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이 청원은 지난 20일 동의 61만건을 넘어설 만큼 화두가 됐다.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인 동의 20만건의 무려 세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당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차이나타운이 아닌, 한국 문화를 알리는 테마파크 형태의 관광지 사업"이라고 해명하고 나섰으나, 반대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일부 누리꾼들은 최 지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국민청원 글을 게재해 수만건이 넘는 동의를 이끌어 냈다.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에서 열린 '강원 차이나타운 건설 백지화 및 최문순 도지사 사퇴 촉구' 집회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에서 열린 '강원 차이나타운 건설 백지화 및 최문순 도지사 사퇴 촉구' 집회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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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에는 보수단체인 '춘천시민자유연합', '강원차이나타운저지범도민연합' 등이 강원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지사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도민은 중국 공산당의 동북공정, 문화침탈의 교두보로 전락할 한중문화타운 건립을 결사반대한다"며 "최 지사는 도민을 우롱하는 매국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움직임들에 대해 춘천시민들은 달갑지 않다거나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반중 감정이 격화하면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것은 이해하지만, 도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외지인들이 개입하는 것은 불쾌하다는 지적이다.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A 씨는 "저도 최근에 알았지만 솔직히 이해가 안 되는 면이 있다. 차이나타운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테마파크 아닌가"라며 "서울 명동이나 제주도 같은 유명한 곳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나. 왜 강원도는 안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인근 상가 식당집 주인인 50대 B 씨는 "강원도에서 실제로 살아본 적도 없는 외지인들이 우리 지역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게 솔직히 황당하다"며 "이전에 '레고랜드' 사업 당시 유물이 발견됐을 때도 외부에서 반대하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문화재, 중국엔 그리 관심이 많지만 같은 나라 사람인 도민들에게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춘천에서 거주하는 회사원 20대 회사원 C 씨는 "말마따나 강원도가 관광이 아니면 뭘 먹고 사나"라며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도민들이 나름 아이디어를 내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건데. (반대청원 움직임은) 기분 나쁜 게 사실"이라고 감정을 드러냈다. "사업주체가 전면 재검토를 하겠다고 밝힌만큼 사실상 백지화하거나 물건너간 것이라고 봐야 하는게 아니냐"는 전망도 내놨다.


지난 27일 취임 10주년을 맞은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7일 취임 10주년을 맞은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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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코오롱은 지난 26일 강원도를 통해 사업계획을 재검토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강원도가 일부 공개한 입장문을 보면, 코오롱은 "회사는 더이상 한중문화타운 사업의 진행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며 "시간적, 비용적 투입에 대한 큰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사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중국의 전통과 현대 문화적 요소를 테마로 순수한 테마형 관광단지를 구상했다. 차이나타운 조성사업이 아니다"라면서도 "사실관계와는 별개로 국민청원에 참여한 국민들의 마음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최 지사는 '문화 교류를 확대해 국가간 혐오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로 강조했다. 최 지사는 지난 27일 강원도청에서 가진 취임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등으로 살기가 좀 어렵다 보니까 혐오 정서, 분노 정서 등이 확산하고 있다"며 "그것이 반중, 반일 등으로 나타날 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 뿐 아니라 일본, 미국 등과 문화 교류를 확대하는 사업을 많이 했다"며 "문화교류를 확대해서 혐오가 줄어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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