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간호사일까" 코로나19 장기화, 한계 몰린 현장 의료진
코로나19 장기화…일선 의료진 '번아웃' 본격화
간호사·역학조사관 등 "24시간 긴장하는 느낌" 호소
전문가 "인력 불만감 심각…정부 대비 조치 마련해야" 촉구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진료소 운영 시작에 앞서 검사 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방역 일선에서 활동하는 간호사·역학조사관 등 의료진이 한계에 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들 모두 고된 업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현장에서 근무하며 이른바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는 현장 의료 인력의 소진·이탈을 막기 위한 정부의 적극 조처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8일 간호사 온라인 커뮤니티인 '너스케입'에는 코로나19 방역 현장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의 호소가 올라왔다. '생리대 하나로 버티기. 나는 왜 간호사일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간호사는 "놀러 갔다가 확진자와 동선 겹쳐서 검사 받으러 온 분들, 당신들이 밉고 힘듭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생리대 하나 갈 시간이 없어 오늘 근무 중 패드 한 장으로 버텼다"며 "퇴근 후 롱패딩 안에 감춘 붉은 자국을 보니 그냥 다 놓아버리고 싶다"고 했다.
간호사는 검사가 지연된다며 짜증을 내는 이들에 대해서도 "'왜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느냐'고 말하는 당신들은 방호복 안에 입은 반팔과 글러브 안에 얼어붙은 제 손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 2월28일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라 인력이 부족해진 대구·경북 지역에 지원 나갈 간호사들을 모집, 파견 근무를 보낸 바 있다. 이후로도 이들 의료진들은 지난 7월 광주, 최근 수도권 등 병상과 인력이 부족한 곳에 배치돼 활동해 왔다.
문제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장시간 일해야 하다 보니 쉽게 체력이 고갈된다는 데 있다. 특히 간호사들은 감염병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 전신 보호복, 이중 장갑, N95 마스크, 얼굴 보호막 등 각종 장비를 착용한 채 하루 8시간 이상을 근무한다.
일부 간호사들은 고된 업무로 쓰러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6월9일 인천 미추홀구 한 중학교 인근에 세워진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던 간호사 3명이 탈진 현상으로 인해 쓰러졌다. 이들은 당시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보호복을 착용한 채 일하다가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장기화 때문에 한계에 몰린 것은 간호사들 뿐만이 아니다.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는 업무를 맡는 역학조사관 또한 고된 노동·정신적 스트레스로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26일 경기도 지역 역학조사관 20명을 집단면접한 결과, 참여자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를 했으며 퇴근 후에도 평일·주말을 가리지 않고 업무 연락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이들은 "24시간 긴장하고 있는 느낌"을 호소하는가 하면, 참여자 중 80%가 정서적 고갈·효능감 저하 등 번아웃 증상에 시달렸다.
전문가는 이같은 의료진의 정서적·신체적 고갈이 코로나19 방역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계를 느낀 의료진의 업무 효율이 심각하게 저하하거나, 아예 현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순자 보건의료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인력 소진·이탈을 막기 위한 '국가 긴급의료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 위원장은 "기존 인력의 사기 저하와 박탈감으로 불만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정부가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전담병원 노동자들은 탈진하고 번아웃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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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정부는 실질적인 진료체계 구축과 중환자 병상, 의료인력 준비 등 코로나19 대확산 대비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의료인력 현장 이탈 등) 이런 일들을 방지하기 위해 인력 관련 형평성 있는 지원이 이뤄지도록 적극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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