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불이익 주는 '코로나 낙인'
성인 67.8% "확진됐다고 비난 받을 게 두렵다"
전문가 "코로나 낙인이 방역 활동 힘들게 만들 수도"
"방역활동 성패는 포용과 인권보호 달려 있어" 당부

지난 16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중구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체 채취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중구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체 채취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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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최모(28) 씨는 최근 역학조사관으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검체 검사를 받은 최 씨는 결과를 기다리는 내내 마음을 졸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진단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지만, 기다리는 동안 공포에 시달렸다"며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주변 친구들이나 동업자들에게 폐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코로나19 확산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른바 '코로나 낙인'에 대한 확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낙인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게 아닌, 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후 주변의 냉담한 시선, 은연 중의 차별 등을 두려워하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코로나 낙인에 대한 공포가 확진자들의 자발적 진단검사 참여를 꺼리게 만들어 방역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 낙인은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지난해 말 이후 지속해서 불거진 문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또한 앞서 지난 6월 공식 홈페이지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낙인을 줄여야 한다"며 장문의 글을 올려 호소한 바 있다.

당시 CDC는 코로나 낙인에 대해 "감염 방식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려야 할 필요성, 질병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소문과 미신을 퍼뜨리는 가십 등"이라고 규정하며 "코로나19 같은 공중 보건 비상 상황은 지역사회에 스트레스를 줘, 다른 사람이나 지역 사물에 사회적 낙인을 찍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 10월6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관계자가 진료실 입구를 소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월6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관계자가 진료실 입구를 소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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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코로나 낙인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전북 순창군은 지난 10일 군에서 최초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보건의료원 소속 공무원을 직무 수행 능력 부족 사유로 직위 해제한다고 17일 밝혀 논란이 일었다.


군은 해당 공무원이 방역 책임자로서 가벼운 증상에도 출근을 자제하거나 자가격리하는 등 선제적 조치를 해야 했지만, 이를 간과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이를 두고 "바이러스 감염 환자를 범죄로 본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라며 반발했고, 18일 황숙주 순창군수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지난달 15일에는 한 금융업체 지사에서 "코로나 확진으로 징계를 할 수는 없겠지만, 확진 경위에 따라 승진/평가 등 인사상 불이익을 분명히 줄 것"이라는 공지를 직원들에게 내린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코로나 낙인에 대한 우려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하는 한 완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0'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낙인에 대한 공포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올해 총 7차례에 걸쳐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확진이란 이유로 비난받고 피해 입을 것이 두렵다'고 응답한 비율은 지난 3월 68.3%였다. 이후 4월·5월 조사에서 각각 60.2%와 57.1%를 기록했다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진 지난 10월 말 조사에서는 67.8%로 크게 확대됐다.


직장인들은 자신이 사내에서 이른바 '1호 감염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려했다. 수도권 한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A(29) 씨는 "업무가 복잡한 제조업 특성상 한 명이 감염되면 생산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사측에서 피해를 보상하라고 요구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솔직히 암묵적인 비난은 피할 수 없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B(33) 씨는 "밥그릇이 위협받으면 누구라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내 잘못으로 코로나에 감염된 게 아니어도, 감염으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입으면 당연히 원망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코로나19 브리핑하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 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코로나19 브리핑하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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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문가와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확진자에 대한 낙인 찍기가 정부 방역 정책을 위협할 수 있다며 협력과 연대를 당부해 왔다.


대한예방의학회는 코로나19 1차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2월 낸 성명에서 "환자와 접촉자에 대한 낙인은 존엄한 인권을 침해하고, 오히려 신속한 진단과 환자관리를 어렵게 만든다"며 "감염병 방역활동의 성패는 배제와 차별이 아니라 포용과 인권보호에 달려 있다는 것이 그동안 감염병 유행에서 얻은 보건학적 교훈"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낙인으로 인해 확진자들이 진단 검사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방역망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방역당국 또한 확진자들에 대한 사회적 연대와 포용을 촉구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3월 브리핑에서 "코로나19에 걸린 사실로 비난을 받게 되면 환자는 질환을 극복한 후에도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겪게 된다"며 "사회적 비난이 두려워 진단검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 이를 거부해 추가 감염이 더 크게 일어나면 그 피해는 공동체 전체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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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코로나19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호흡기 감염병으로, 감염된 사실 자체가 비난과 낙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확진자와 가족, 자가격리자, 완치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고생했다는 응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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