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클루니 감독·주연 '미드나이트 스카이', 적막하고 혹독한 북극·우주 환경 조명
장엄한 광경으로 불확실성·불안 묘사…간소화한 전개로 감정변화 과정은 부자연
고독만 고집하며 업적 추구하던 주인공, 불가능한 시간 거슬러 교감하고픈 내면 분출
코로나19 시대 개개인이 처한 고독과 다르지 않아

[이종길의 영화읽기]지구 종말에 직면한 고독한 '인간의 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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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북극의 천문대와 목성의 우주선에서 지구 종말에 직면한 사람들을 조명한다. 곳곳에서 펼쳐지는 지옥도는 나열하지 않는다. 인류가 갈 수 있는 가장 적막하고 혹독한 두 환경에 집중하며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다.


어거스틴(조지 클루니)은 오지의 천문대를 떠돌아온 노년의 학자다. 지구 멸망이 임박해 모두 철수하면서 북극에 홀로 남겨진다. 자발적인 선택이다. 목성에서 귀환하는 우주선 에테르호에는 전파공학자 설리(펠리시티 존스)가 타고 있다. 새로운 생존 터전을 발견했으나 지구관제소와 연락이 두절돼 답답해한다. 동료들도 우울과 분노에 사로잡혀 괴로워한다.

조지 클루니 감독은 두 이야기를 서정적이고 쓸쓸한 정서로 한데 묶는다. 장엄한 광경으로 어거스틴과 설리가 느끼는 불확실성, 불안 등을 묘사한다. 이미 '그래비티(2013)', '인터스텔라(2014)', '마션(2015)' 같은 다수의 공상과학(SF) 영화가 사용한 은유적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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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다른 영화들만큼 효과를 내지 못한다. 전개가 산만해지지 않을까 우려해 두 이야기를 간소화한 까닭이다. 중요한 상황마저 추측의 여지로 그려놓아 감정 변화의 과정이 부자연스럽다. 어거스틴이 수수께끼 같은 어린 소녀 아이리스(킬린 스프링올)를 발견하고 바깥세상과 연락하려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어거스틴은 부엌에서 아이리스를 발견하곤 자기도 모르게 "안 돼!"라고 외친다. 바로 무선통신기를 켠다. 그리곤 조난 신호를 보낸다. "바르보 천문대입니다. 들립니까. 남은 애가 있습니다. 이름은…. 신원미상. 나이는 7~8살. 정말 아무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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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브룩스돌턴의 원작 '굿모닝 미드나이트'에서는 한동안 아이리스를 묵묵히 지켜본다. 자기가 죽으면 아이는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하다 만다. 그는 며칠 뒤 북극곰과 마주하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리하기 시작한다. 자기 문제에서 벗어나 아이리스의 생을 걱정하기에 이른다.


"어거스틴은 곰에게서 이상한 동족의식이 전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곰의 거대한 몸집이, 단순한 욕구와 명확한 목표가 부러웠다. 하지만 그 모든 풍광 속에 한 줄기 외로움 역시 천천히 휘몰아치고 있었다. 염원과 절망이 뒤섞인 외로움이었다. 어거스틴은 곰을 보며 가슴을 찌르는 듯한 슬픔을 느꼈다. 산등성이에 혼자 남아, 오직 생존만을 위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동물. 어떤 감정이 어거스틴의 속을 휘저었다. 그것은 욕구불만이었다. 곰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느끼는 불만이었다."


그렇게 생긴 욕망은 온전히 아이리스를 위한 것이다. 어거스틴은 자발적으로 떠안은 공허함이 어린 소녀에게 넘어갈 것을 두려워한다. 소녀가 교류하고, 사랑하고, 공동체를 이뤘으면 하고 바란다. 그들을 보러 와주거나 구하러 올 사람은 없다. 어거스틴은 포기하지 않는다. 새로운 욕망과 낯선 의무감에 들끓어 무전기를 찾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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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트 스카이'에서 어거스틴의 행위는 즉각적이다. 때때로 과거의 아픔이 동력으로 나타나지만, 원작의 주제인 고독이라는 심연을 파악하기에는 다소 모자라다. 아이리스마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그려져 철학적으로 탐구할 여지가 적어졌다.


아이리스는 어거스틴처럼 길 잃은 사람을 인도하는 북극성 같은 존재로 부각돼야 했다. 원작은 그런 면을 담는 데 상당히 공들인다. 아이리스가 스카이콩콩처럼 뒷다리로 팔짝팔짝 뛰어오르는 북극토끼를 보고 "그래서 쟤들은 더 멀리 볼 수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하는 단락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몇 년간 살아온 이곳의 자연환경에 대해 아무 것도 알아보려 한 적이 없던 어거스틴은 약간의 가책과 후회를 느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이 아이는 늑대, 사향소, 토끼에 대해 알고 있는데 어거스틴은 저 멀리 떨어진 별들밖에 알지 못했다. 평생을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 다니면서도 그가 살게 된 곳의 문화나 자연이나 지리에 대해, 바로 눈앞의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배우려 한 적이 없다. 그저 지나가는, 하찮은 것들로만 여겼다. 그의 시선은 늘 먼 곳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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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만 고집하며 업적을 추구해온 어거스틴의 내면에서 관계에 대한 열망이 분출하는 대목이다. 그것은 근원적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들과 이어지고픈,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픈 갈망이 담겨 있다. 어거스틴은 불가능한 시간과 원거리를 거슬러서라도 교감하고 싶어한다. 공허함이 목전에 이르러서야 이를 깨닫는다.


그것은 지금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다. 지구가 종말 상황에 처한 것은 아니지만 개개인의 고독이 처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확산으로 소통은 한층 편리해졌다. 하지만 그만큼 대면 기회는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고착화되는 경향까지 나타난다. 무감각해지는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쩌면 미국 서정시인 에밀리 디킨슨(1830~1886)의 시 '굿모닝 미드나이트'에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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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이여, 안녕!/나 이제 집으로 돌아가요/낮은 내게 싫증이 났다지만/내가 어찌 그럴 수 있겠어요?/햇빛이 참 좋은 곳이라서/나는 더 머물고 싶었지만/아침이 나를 원하지 않는데요/그러니 낮이여, 잘 자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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