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둘이 늦은 점심도 업무의 연장이다"
음주 후 육교서 미끄러져 사망
근로공단선 "업무상재해 아냐"
법원 "퇴근 안했어…업무 범위"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직장인 A씨는 지난해 1월 오후 3시께 회사 사장과 단 둘이서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술잔이 오갔다. 한 시간 반 정도 식사를 마치고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했다. 둘은 2차를 가기 위해 이동했고 A씨는 육교를 내려가다가 미끄러져 떨어졌다. 의식을 잃은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청구는 기각됐다. 당시 점심식사는 업무가 아닌 단순한 친목행사였고, 사망 장소도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와 무관해 업무상재해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유족은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이 소송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김국현)는 최근 선고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근로복지공단이 A씨 유족에게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쟁점은 점심식사가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느냐였다. 통상 유족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 사유로 사망했을 경우 지급된다. 근로복지공단 주장처럼 당시 식사가 단순 친목행사로 확인될 경우 지급이 불가하다. 법원은 문제의 식사 자리를 친목행사가 아닌 업무의 연장으로 이뤄진 행사 범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통상의 식사 시간과 거리가 먼 시간에 현장인원끼리 늦은 식사를 겸하고자 만든 자리를 업무상 행사가 아닌 단순 친목도모라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사고가 퇴근 전 발생한 점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출퇴근은 주거지와 취업장소 사이의 이동을 말한다. 경기 시흥에 거주하던 A씨는 사고 당일 새벽 사장 집이 있는 서울 양천구에 들러, 작업 차량인 트럭에 사장을 태워 현장인 서울 서초구로 이동했었다. 그런데 사고는 작업을 마친 뒤 다시 사장의 집 근처로 돌아와 발생했다. 재판부는 "작업을 마치고 사장 거주지로 이동한 것은 A씨의 퇴근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라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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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은 소송에서 "A씨는 자발성뇌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의 부지급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사고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병원 진단서를 살펴 "A씨 사망 원인이 외상성이 아닌 자발성이라는 전제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의료진의 의견 등을 종합하면 A씨는 이 사건 실족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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