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서 정치학 박사 학위 받은 서현수 한국교원대 교수

[인터뷰]"핀란드 기본소득 2차 실험 예상…실패 아닌 진행형"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진행형이다. 핀란드 정부는 1차와 똑같은 2000만유로(약 268억원)의 기본소득 실험 예산을 책정해두고 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세로 접어들면 2차 실험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소득 도입 반대론의 주된 근거 중 하나는 "핀란드도 실패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의 현장에 있었던 서현수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정치학 박사)는 "핀란드의 기본소득 논의는 이미 30여년간 이어져왔으며, 한 차례 실험으로 성공과 실패를 결론내리는 것이 아니라 실현가능한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1년 말 핀란드로 유학을 떠나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2018년에 귀국했다.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은 2015년부터 본격 준비돼 2017~2018년 2년간 이뤄졌다.

서 교수는 지난 24일 아시아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실시했던 중도보수 연합정당에서 지난해 사회민주당(사민당) 연합 정권으로 바뀌었지만 또 다른 모델의 기본소득 구상을 하고 있다"면서 "핀란드에서는 집권하면 4년동안의 정책 프로그램을 공개하며, 2023년 내에 사민당 주도의 새 기본소득 실험 예산이 책정돼 있다"고 전했다.


진보적 어젠다는 아니었다. 노키아의 몰락과 유럽 재정 위기 등으로 핀란드 경제가 어려움을 겪은 터라 고용률과 생산성을 높이자는 게 기본소득 실험의 배경이었다. 스웨덴이나 덴마크 등에 비해서는 한 단계 늦게 복지 서비스를 구현해가다보니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더 깊게 한 측면도 있다.

반면 사민당은 노동자를 중심에 놓고 있어 실업보험, 건강보험, 연금 등 정책에 보다 방점을 찍고 있었다. 하지만 집권 이후 기본소득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는 정당들과 연합하면서 새로운 기본소득 모델을 구상하게 됐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사민당이 들고 나온 시스템은 기본소득과 유사하다"면서 "조건 없이 지급하고 구직 훈련을 하면 인센티브를 더 얹어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은 기존 실업수당을 받아온 2000명에게 별도 증빙 절차 없이 월 560유로(약 70만원)를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지난달 핀란드 사회보험청(KELA)이 최종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고용률에서는 유의미한 변화를 확인하지 못했으나 삶의질 면에서는 향상됐다는 것이 골자다.


서 교수는 "실업수당을 받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기 때문에 전국민 기본소득제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면서 "일자리를 구해도 동일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구조여서 더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바탕으로 했는데, 가시적으로 그런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반 실업수당 수급자에 비해 주관적 복리나 삶의질 지표에서 높은 수치를 보이는 것은 확인됐다"고 전했다.


고용률의 경우 기본소득 실험 기간에 구직활동 여부를 물어 또 다른 별도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가 도입돼 변수로 작용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 교수는 "보편 복지 모델이 이미 자리잡은 핀란드 환경에서의 실험 맥락을 한국에서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 깉다"면서 "핀란드는 기본소득 정책화를 위한 다양한 버전을 놓고 토론하며 단계적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앞선 핀란드의 실험과 논의를 보면서 무엇을 취하고 버릴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D

그는 이어 "한국은 불평등 문제가 워낙 심각해지고 있으므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도 높게 나타나는 것 같다"면서 "신중하고 유연한 제도 설계가 가능할 것이나, 특정 정파나 진영 논리로 가서는 곤란하다"고 짚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