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민한 전자이야기]작고 섬세한 전자업계 '큰형님' 반도체 2편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기민한 전자이야기’는 전자·기계제품, 장치의 소소한 정보를 기민하게 살펴보는 코너 입니다. 광고,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따끈한 신상품, 이제는 추억이 된 제품, 아리송한 제품·업계 용어와 소식까지 초심자의 마음으로 친절하게 다뤄드리겠습니다.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의 삶이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재택근무를 하고 약속된 모임도 자제하고 있죠. 스포츠, 공연, 행사 등도 취소하면서 이번 사태를 이겨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산업 상황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상황이 되기 전과 후로 나뉘고 있습니다. 연초에 세워둔 각종 계획과 전략을 수정하고 있고, 일부 업계에서는 확진자 발생, 고객 감소,자재 수급 문제로 공장 가동을 멈추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반도체 산업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업계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업체들은 코로나19와는 상관없이 기술 개발과 투자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기민한 전자이야기’는 반도체 기술 동향과 업계의 상황과 전망 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설계부터 공정까지 고도화된 기술력으로 승부
장기적으로 반도체의 수요는 산업의 첨단화와 맞물려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 제품인 CPU,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 모뎀칩 등은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자동차·첨단가전·의료바이오 등의 데이터를 분석 처리해주기 때문에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가령 운전자가 직접 조작하지 않고도 자동차가 주행환경을 인식해 위험을 판단하고 주행경로를 계획해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차, 고객의 사용습관을 학습해 자동으로 취향을 맞춰주는 AI가 탑재된 세탁기, 빅데이터를 활용해 환자의 진단과정에서 정확도를 높여주는 초음파 기기 등이 있습니다.
반도체는 설계회사인 팹리스(Fabless)의 기술력 못지않게 반도체를 구현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Foundry)의 기술력도 중요합니다. 나노단위의 회로도면에 따라 실제 반도체를 제작하는 것도 고도화된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반도체는 복잡한 회로를 최대한 미세하게 그려낼 수 있어야 단위당 생산성이 높아지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감광액(포토트랜지스트)을 뿌린 웨이퍼에 회로를 새긴 판(마스크)를 두고 노광장비를 이용해 빛을 쏘면 감광액의 패턴에 따라 회로가 그려집니다. 노광장비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이 짧아야 미세 회로를 그릴 수 있는데요. 참고로 과거에는 불화아르곤(ArF) 액침장비를 이용해 회로를 새겼지만 회로 굵기가 10나노미터 이하로 내려온 이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쓰고 있습니다.
파운드리 사업의 양강구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미세공정 기술 경쟁이 치열합니다. 2018년과 지난해 각각 7나노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한 이래 올해에는 5나노, 2022년에는 3나노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아울러 기존 개발된 반도체도 꾸준히 개발해 전력 효율 등 기능을 높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가운데 비휘발성 메모리인 3차원(3D) 낸드 플래시는 단수가 중요합니다. 과거 낸드 플래시는 평면으로 펼쳤던 셀을 개발해 사용했는데요. 셀 간격이 좁아지면서 간섭현상이 발생하고, 소자 내 전자손실이 생겼습니다. 이에 평면으로 펼치는 방식을 쓰는 게 아니라 3차원으로 쌓아서 미세공정의 한계를 벗어나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를 쌓으려면 플러그를 뚫어야 합니다. 32단, 48단, 72단, 96단 등으로 단수가 올라가고, 깊이가 깊어질 수록 균일한 박막의 두께와 형태를 유지하기 힘들어집니다. 이 때문에 국내외 반도체 업체들은 낸드플래시의 셀을 쌓는 적층기술이나 셀을 쌓는 방법 자체를 다르게 하는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 된밥에 코로나19…반도체 업계에 닥친 우울한 전망
애초 올해 데이터센터 서버에 필요한 반도체 교체 주기가 됐고, 5G망 신설 등으로 인해 반도체의 수요와 가격 상승이 동반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난해부터 잇따랐습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도 계속됐죠. 실제 코로나19의 영향이 전세계로 번지기 전인 2월까지 업황은 좋은 편이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개인용 컴퓨터(PC)에 주로 쓰이는 D램(DDR4 8Gb 기준) 고정거래가격은 2월 말 기준 평균 2.88달러로 전월보다 1.4% 상승했죠. 서버 D램(32GB) 가격도 115.5달러로 전달 대비 6% 올랐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자동차, 가전 등의 산업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에도 어둠의 그림자가 깔리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망에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최악의 경우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지난해 대비 6~12%이상 급감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매출전망 감소치 6%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258억달러(32조4000여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소비가 위축되면서 스마트폰 제조업 등 전자업체의 제품 생산과 수요가 축소되는 것과 연관돼 있습니다. D램익스체인지도 3분기까지도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 수요 부진이 전자업체 재고 감소에 악영향을 미쳐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수원=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이 때문에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코로나19 상황을 버틸 수 있게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최근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DS부문장)는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생산ㆍ판매 차질과 협력사 영향 등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최소화되도록 체계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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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희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도 SK하이닉스 제72기 정기주주총회 영업보고에서 "올해는 고객사 재고 부담 완화, 메모리 제품 수요 증대로 완만한 시장 회복이 예상됐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구성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끊임없이 원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자산효율화를 극대화해 SK하이닉스의 체력을 강화시켜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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