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통제 '헛다리' 3년
HUG 규제의 역설
"집값 안정 물건너가고 로또청약 광풍만"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집값 안정은 물건너 가고 로또청약 광풍만 남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 3년이 낳은 결과다. 치솟는 분양가를 눌러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 계획 역시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신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이들로 청약 경쟁이 격화됐고 HUG와의 줄다리기에 지친 재건축ㆍ재개발 조합들은 내외부 갈등에 몸살을 앓고 있다.
◆HUG 분양가 통제 3년, 집값 오히려 급등= HUG가 민간분양 아파트의 분양가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3월부터다.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만들어 분양가가 인근 지역보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될 경우 분양보증 발급을 거부하는 방식이었다. '분양가 상승'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겠다는 취지로 분양보증을 본래의 목적이 아닌 분양가 통제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목적은 달성되지 못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5개 자치구 전체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인 서울의 경우 지난해 주택가격이 10년 만에 최고치인 6.22% 상승했다. 특히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8.03%에 달했다. 현재 서울 외 고분양가 관리지역은 서울 외에 경기 과천ㆍ광명ㆍ성남 분당ㆍ하남, 부산 동래ㆍ수영ㆍ해운대구, 대구 수성ㆍ중구, 광주 광산ㆍ남ㆍ서구, 대전 서ㆍ유성구, 세종시 등이다.
◆남은 건 로또 청약 광풍뿐=분양가 통제는 로또 청약 광풍으로 이어졌다. 집값은 오르는데 분양가는 내리니 '수억원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이들로 청약 시장이 붐볐다. 당초 내집마련 의사가 없던 이들까지 불러모았다. 세자릿수 경쟁률도 다반사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르엘대치 청약의 경우 31가구 공급에 6575명이 몰렸다. 분양가가 인근 실거래가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쟁률이 212대1에 이르렀다. 그 결과 가점 낮은 30대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청약 당첨 기회 자체를 상실했고, 가점 대신 추첨으로 뽑는 중대형의 경우 돈 많은 전세입자들의 잔치로 전락했다. 지난해 가장 호응을 얻은 부동산 유행어가 '청무피사(청약은 무슨, 피주고 사)'였을 정도다.
◆분양가 줄다리기에 발목잡힌 조합= HUG의 분양가 통제로 사업진행의 어려움을 겪는 재건축ㆍ재개발 단지들도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지가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다. HUG는 현재 3.3㎡당 2970만원을 제시했으나 이는 조합이 원하는 3.3㎡당 3550만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4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전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마쳐야 해 갈길이 바쁘지만 분양가 협상에 발목이 잡혔다.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장의 무능을 탓하며 '해임 동의안' 동의서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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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착공 첫삽을 떴지만 여전히 '후분양 전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후분양은 HUG의 분양보증이 필요없는 대신 자본조달 문제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른 리스크 부담이 커 조합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분양 보증의 애초 목적은 수분양자 보호이지 가격 통제가 아니다"라면서 "도입 취지에 맞지 않을 뿐더러 HUG 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행위는 사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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