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000만 원 지원…동마다 2000매 면마스크 제작 추진

동장·직원들 “현실적 불가능하다”…내부 게시판서도 ‘시끌’

광주 서구 ‘각 동 마스크 제작 사업’ 직원 반발로 취소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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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광주광역시 서구가 각 동에서 면 마스크를 제작해 어려운 이웃에 나눠주는 사업을 추진했다가 직원들의 반발로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사업을 취소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직원들은 좋은 취지이지만 가뜩이나 기본 업무 외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추가적인 업무가 발생하면서 피로도가 누적된 상황인데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11일 서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5일 서대석 구청장 주재로 각 동장과 자원봉사캠프 관계자가 참석해 긴급현안사업 회의를 진행했다.


핵심은 관내 18개 동에서 각각 면마스크 2000매를 제작하도록 하고 이를 이웃에 나누자는 것으로 총사업비 5000만 원을 들여 각 동에 재봉틀 2~3개와 재료, 박음질할 간단한 도구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마스크를 구입하기 어려운 이웃을 위한 순수한 자원봉사라는 의미에서 취지는 좋았다.


또 이번 기회에 재봉틀 등을 마련하면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미세먼지를 대비해 마스크 제작·보급을 계속할 수 있어 계속성을 가질 수 있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회의가 끝난 후 대부분의 각 동장과 직원들은 답답했다.


마스크를 제작할 자원봉사자를 단시간에 모집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봉사자 모집이 안 된다면 자칫 직원들이 야근하는 등 그 몫을 감당해야 한다는 판단이 내려져서다.


이에 직원들은 곧바로 ‘보여주기식 행정’ 밖에 되질 않는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한 직원은 “사업비 5000만 원으로 면 마스크를 최저가로 구입할 경우 8만여 개를 살 수 있는데, 동마다 2000개씩이면 3만6000개밖에 안된다”며 “자그마치 5만여 장이나 더 확보할 방법을 놔두고 비상식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은 “코로나는 그렇다 하더라도 미세먼지에 필터가 부착되지 않는 마스크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면서 “결국 활용도가 떨어지는 사업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직원들만 사용할 수 있는 익명 게시판에는 이러한 글에 동의하는 댓글이 짧은 시간 동안 수십 개가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반발이 커지다 보니 감당하기가 어려웠던 담당 부서장은 곧바로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전국적으로 마스크가 부족해 예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입하기 어려워, 우리 이웃 스스로가 돌보자는 취지였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직원들 간 소통 부족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보여주기식 행정’ 추진에 대해서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김수영 의원은 “각 동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된 과도한 보여주기식 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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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사업 추진 부서 관계자는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충분한 회의를 거쳤어야 했는데 한 단체로부터 제안을 받아 좋은 취지라고 생각해 급하게 추진하게 된 부분이 있다”면서 “앞으로 다른 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yjm30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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