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때 뜯어고치다 '누더기'된 청약제도…"이젠 바꿀 때"
현 정부 들어서만 14번째 개편…그때그때 수정반복
수요자는 물론 전문가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
주거유형, 집값격차 등 상황 달라진 만큼 구조 바꿔야
전문가 "검토 거쳐 보다 입체적인 시스템 만들어야"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신규 주택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도입된 '청약제도'가 지속적인 단기 개편으로 '누더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구조를 고치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수치와 기준만 조금씩 바꾸다보니 수요자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곧바로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제도가 복잡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청약 예비당첨자 비율을 기존 40%에서 300%까지 늘리고, 특별공급 물량에도 거주 의무기간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청약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예비당첨자를 늘려 무순위 청약을 통한 다주택자들의 '줍줍'을 막고, 최대한 무주택자들에게 분양권이 많이 돌아갈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정권이 들어선 이후 14차례나 청약제도를 개편했지만 그때마다 각종 부작용을 낳았다.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하면서는 분양가와 시세차이가 커지면서 '로또 분양'이 확산했고, 가점제가 강화된 이후에는 부양가족이 적고 무주택기간이 짧은 30대가 청약시장에서 소외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청약 당첨이 힘들어진 30대를 중심으로 '청포자(청약을 포기한 자)'라는 신조어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애초에 주택을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청년과 신혼부부들을 위한 특별공급이 있긴 하지만 물량 자체가 적다보니, 빚을 내 비싼 기존 아파트를 구입하거나, 소수의 무순위 청약에 집중하는 30대들도 늘고 있다.
청약제도가 날로 어렵고 복잡해지는 것도 문제다. 역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조정하는 수단으로 청약제도를 자주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1978년 만들어진 이 제도는 42년 동안 140여 차례나 개편됐다. 그렇다보니 '청약 가점 올리는 법', '분양권 대출 받는 법' 등 중간에서 각종 컨설팅을 해주는 사람이 늘면서 잘못된 정보가 확산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급하게 꺼내놓는 청약 개편 카드들 때문에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복잡한 청약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단기적 규제만 반복되다 보니까 일시적으로 청약시장 과열이 주춤하더라도 금방 다시 문제점이 터져나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청약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틀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에 따라 차등적인 점수를 부여하기 위해 2007년 도입된 '주택청약가점제'를 최신 주거 트렌드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제도로는 토지나 상가 등 건물 수십채 보유해도 주택만 없으면 무주택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중저가의 1주택을 소유한 사람보다 청약 당첨에 유리하다. 또 부양가족 숫자가 가점에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 서울과 수원 등 경기도 인기 분양지역은 40~50대들이 독식하고 있다. 20~30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지만 청약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특정계층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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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주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이를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기준을 만들어 놓은 것이 청약제도인데 지금은 주택유형과 지역별 분양가 차이 등 시장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손을 볼 때가 된 거 같다"며 "배분원칙 등에 대한 검토를 거쳐 보다 입체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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