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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노조는 왜 '우리車 사지 마세요'를 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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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협 교섭 초반부터 '수입차 갈등' 조짐
노조엔 고용 늘지 않아 '우리차 아닌 우리차'
회사엔 판매실적 개선 위한 구원투수

[아시아경제 김지희 기자] 한국GM 노사가 또 다시 맞붙었다. 노조의 기본급 인상 및 성과급 지급 요구에 사측은 ‘절대 불가’로 맞섰다. 노조는 파업카드를 꺼내들었다. 여기까진 매년 반복되는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의 일반적인 루트다. 하지만 올해 한국GM 노사 교섭장에는 ‘수입차’라는 다소 생소한 주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사가 갈등을 빚고 있는 ‘수입차’란 현재 한국GM이 미국 본사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차종들을 의미한다. 정확하게는 주문자상표부착(OEM) 수입차 모델이다. 한국GM은 이쿼녹스, 볼트, 볼트EV, 임팔라, 카마로 등 5종에다 최근 2개 차종을 추가해 총 7종을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 중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이 같은 형태의 수입차를 판매하는 것은 해외 모회사를 둔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등 두 곳 뿐이다.

쉐보레 트래버스(사진=한국GM)

쉐보레 트래버스(사진=한국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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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가 쟁점으로 떠오른 까닭은 이들 모델의 비중이 계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GM은 최근 한 달 동안에만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래버스 등 두 개 수입 모델을 잇달아 들여왔다.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투입으로 한국GM의 전체 판매차종 가운데 수입차 비중은 60%를 넘어서게 됐다.


한국GM은 이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지난달 초에는 쉐보레 브랜드의 한국수입차협회(KAIDA) 가입까지 결정지으며 수입차 브랜드로의 변신을 행동으로 내보이기도 했다.


노조는 이 같은 움직임에 불편함을 숨기지 않고 있다. 수입차의 확대는 국내 생산 모델의 증감과 직접 연관돼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모델의 판매가 잘 될 때는 문제될 게 없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트랙스, 말리부 등 국내에서 생산되는 내수용 모델 다수가 경쟁력을 잃고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이에 한국GM의 공장 가동률은 50% 아래로 떨어진 지 오래다.

경쟁력을 갖춘 신차를 국내에서 생산해야 고용안정을 담보할 수 있는 상황에서 판매가 늘어도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수입차가 생산직 중심의 노조 눈에 곱게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아가 노조는 지금과 같은 사측 방침이 결국 국내에서 생산거점을 철수시키기 위한 밑작업이라는 의구심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노조 입장에서 수입차는 ‘우리차 아닌 우리차’인 셈이다.


쉐보레 콜로라도(사진=한국GM)

쉐보레 콜로라도(사진=한국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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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수입차 라인업이 확대됨에 따라 앞선 교섭 과정에서도 수입차 논란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노조는 지난 19일 진행된 9차 임금협상 단체교섭 결렬 직후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부분파업을 결정하고, 자사 브랜드의 수입차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검토키로 했다.


앞선 교섭과정에서도 갈등의 조짐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지난 7월 말 6차 교섭에서도 노조는 사측에 홍보관 전시차량을 수입차가 아닌 국내 생산 차량이 중심이 되도록 배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노조는 이들 수입차 판매 수익이 한국GM에 귀속되는지 여부를 사측에 질의하며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노조 반발에도 사측은 수입차 확대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제품 라인업 다양화를 통해 판매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회사 입장에선 해외에서 시장성과 상품성을 인정받은 모델을 수입해 시장 안착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데다, 신차 개발에 필요한 R&D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여기에 노조의 파업 등으로 생산이 불안정한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생산은 수급이 안정적이라는 점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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