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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B 해외투자 손발 묶는 신용공여 규제

최종수정 2019.06.10 11:00 기사입력 2019.06.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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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투사 해외 자회사 신용공여 금지
해외영업 자금 신속조달 어려움 호소…"법 개정 논의할 때"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문채석 기자]증권사들의 주요 해외 자금 조달 수단인 계열사 신용공여가 규제에 손발이 묶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자와 현지 대출 등에만 의존해서는 해외 주요 투자은행(IB)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국내 IB들이 해외 투자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12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한국투자증권의 2016년 베트남 법인 3500만달러(약 399억원) 신용공여에 대한 제재안을 심의한다. 앞서 지난달 22일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한투의 베트남 법인 신용공여를 자본시장법 제77조3을 위반한 행위로 보고 과징금 38억58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이 법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회사(종투사)는 해외의 자회사에 신용공여를 할 수 없다. 종투사에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이상 초대형IB),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포함된다. 다만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는 해외법인 신용공여가 가능해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규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금투업계는 이 규제 때문에 딜 소싱, 인수금융 등 해외 영업을 할 때 자금을 신속히 조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증자, 현지 은행 대출 등을 통해서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이 방법들은 절차가 복잡하고 리스크도 크다. 특히 증자는 이사회 승인과 대주주 등 주요 주주와의 논의, 금융감독원 신고 등을 거쳐야 해 신속한 인수합병(M&A)의 걸림돌로 꼽힌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홍콩시장에서 3000억원 이상 규모의 M&A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면서 "증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증자가 늦어지면 거래 상대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금 조달을 하고도 딜에 실패하는 것과 제도 때문에 특정 규모 이상 거래는 시도조차 못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증권사의 해외 신용공여 금지 개정에 관해 논의할 때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강희주 한국증권법학회 회장(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은 "미국의 공정거래 및 신용공여 규제를 보면 독점행위에 한해서만 규제하고 한국처럼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 행위 전체를 규제하지 않는다"며 "한국의 신용공여 관련 규제는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 민간연구원 실장도 "규모가 큰 증권사일수록 해외 자회사가 많은데 법이 이런 종투사들의 해외영업을 막는 꼴"이라며 "기업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법이 만들어졌던 배경을 감안해도 규제의 비용이 편익보다 큰 상황이라 법안에 관해 당국과 업계 간 공론화를 할 필요가 있고, 합의가 되면 개정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투업계는 자본시장법 77조의3이 같은 법 34조와 상충하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자본시장법 34조와 시행령, 금융위의 금융투자업규정 등에 따르면 증권사가 지분 50% 이상을 소유 또는 출자했거나 사실상 경영권을 지배하고 있는 해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는 허용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해외 법인에 대해 신용공여가 안되는 것은 종투사만 해당되고 다른 곳은 가능하다"면서 "세계적으로 해외투자할 때 100% 주식으로 출자하는 IB는 없는데, 국내에서는 종투사만 신용공여가 안되게 돼 있어서 불공정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금투협은 해외 현지법인 신용공여 허용을 규제개선 과제로 꼽고 이에 대한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법 개정 등 제도 개선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해외 계열사에 대한 증권사의 신용공여를 금지하는 법안끼리 상충하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특정 기업 사례는 제도 개선 여부와 연결할 사안이 아니며 한투 건도 아직 금융위에서 종결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전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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