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둘러싼 여야 극한 대치
역대 폭력국회 뭐 있었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 사학법 개정안, 한·미 FTA 비준
주먹다짐, 몸싸움, 최루탄까지…'국회선진화법' 무용지물

선거제·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의 처리를 놓고 여야의 극심한 대치가 26일 새벽까지 이어진 가운데 법안 접수처인 국회 의안과의 문이 심하게 부서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거제·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의 처리를 놓고 여야의 극심한 대치가 26일 새벽까지 이어진 가운데 법안 접수처인 국회 의안과의 문이 심하게 부서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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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여야가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격렬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26일 새벽 패스트트랙을 관철하려는 여야 4당과 이를 막으려는 자유한국당이 국회 곳곳에서 충돌했다. 일각에서는 ‘동물 국회’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가 폭력으로 얼룩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 '사학법 개정안', '한미FTA 비준'등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된 폭력 사태가 대표적이다. 특히 한미FTA 비준을 둘러싼 갈등은 본회의장에 최루탄까지 등장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2011년 국회는 반성한다는 취지로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할 경우 처벌하는 '국회선진화법(국회법 제166조)'을 내놓았지만 이번 '동물 국회'로 사실상 사문화 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여야 갈등과 역대 ‘동물 국회’,‘폭력 국회’ 사건을 살펴봤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5일 오후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행정안전위 회의실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5일 오후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행정안전위 회의실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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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헌법수호", "독재타도"

당초 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전날(25일) 오후 9시30분 국회 본청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후 9시에 본청 220호 회의실에서 회의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회의장 출입을 몸으로 막아서면서 해당 위원들이 회의장에 들어서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을 비롯해 여야 4당을 고성을 동반한 설전과 멱살잡이 등 격렬한 몸싸움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불법 폭력·회의 방해’를 이유로 한국당을 비판했고, 한국당은 ‘헌법 수호’ ‘독재 타도’ 등을 외치며 민주당에 맞섰다.


갈등은 법안을 제출하는 국회 ‘의안과’와 회의가 열릴 예정인 회의실 앞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나경원 원내대표와 함께 이날 오후 6시45분께 국회 본청 7층 의안과에 총 집결했다.


이들은 의안과 출입을 막아선 채 고위공직자수사비리처(공수처) 및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의 팩스 접수 사실을 규탄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의 출입을 막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 같은 상황을 보고받고 의안과에 경호권을 발동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후 국회 경위 및 방호원들이 투입돼 갈등을 빚고 있는 의원들을 떼어내려고 했으나 숫자에서 한국당 측에 밀리며 일단 철수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경호 인력들이 자리를 떠날 때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후 8시께 의안과 앞으로 다시 갔으나 한국당의 이른바 ‘인간 띠 방어막’에 막혀 법안 제출에는 실패했다.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모습.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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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폭력 국회', '동물 국회' 뭐 있었나…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이 대표적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이 대표적이다. 같은 해 3월5일 새천년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중립의무 위반과 측근비리 등에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는 특별기자회견을 했다.


대통령이 사과를 거부하자, 9일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은 공동으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탄핵저지를 위한 국회 본회의장 농성에 들어갔다. 11일 오후 탄핵소추안이 처음으로 국회에 상정되었으나, 우리당의 물리적 저지로 무산되었다.


다음날은 12일 새벽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진입, 여야 의원들의 대치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전 11시5분께 박관용 국회의장이 국회 경위들과 함께 본회의장에 들어와 질서유지권을 발동, 우리당 의원들의 물리적 저지를 막았다. 이어 의장석에서 농성 중이던 여당 의원들을 차례로 끌어내고, 탄핵소추안을 상정했다.


이 과정에서 온갖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우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의장석 앞에 모여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며 애국가를 부르는 등 탄핵안 가결에 항의하면서 국회 본회의장은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일부 의원들은 탄핵안 가결을 선언한 박 의장 등을 향해 명패와 서류뭉치 등을 집어던졌다.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를 향해서 플라스틱 생수병을 던지기도 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A 의원등은 야당 의원들을 향해 "X새끼들" "이렇겐 안돼"라고 고함치며 극렬하게 저항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유시민 의원은 워낙 강하게 저항해 각각 6명의 경위들이 달라붙어 간신히 회의장밖으로 퇴장 당했다.


이 과정에서 B 의원과 한나라당 C 의원사이에 주먹다짐이 오가기도 했다. 또 의장석을 차지하고 있던 D 의원은 의사봉을 의석을 향해 던지며 의장석을 잡고 늘어졌다.


분을 이기지 못한 우리당 일부 의원은 회의장 복도에 드러누워 통곡했고, 다른 의원들 역시 넥타이가 풀어지고 웃옷이 벗겨진채 탈진해 의석에 주저앉았다.


여 사학법 개정안 강행처리 김원기 국회의장이 지난 2005년 12월9일 오후 본회의에서 열린우리당이 제출한 사학법 개정안 수정안을 한나라당의 육탄저지 속에 표결을 강행, 표결 참석 의원 154명 가운데 찬성 140, 반대 4, 기권 10표로 통과시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 사학법 개정안 강행처리 김원기 국회의장이 지난 2005년 12월9일 오후 본회의에서 열린우리당이 제출한 사학법 개정안 수정안을 한나라당의 육탄저지 속에 표결을 강행, 표결 참석 의원 154명 가운데 찬성 140, 반대 4, 기권 10표로 통과시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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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동물 국회’는 2005년 12월 정기국회 마지막 날 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새천년민주당 3당이 ‘개방형 이사제’를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통칭 사학법 개정안)을 직권상정을 통해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물리적 충돌이다.


당시 이를 강행처리하려는 여당과, 육탄저지하려는 야당이 맞서면서 국회 본회의장은 그야말로 폭력으로 얼룩졌다.


한나라당은 본회의장 입구를 먼저 선점한 우리당 측을 상대로 ‘의장석 점거 돌파’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밀고 밀리다 본회의장 입구의 유리창은 산산조각 났다.


우리당 D 의원이 제안설명자로 나섰지만 원고를 빼앗겨 제안설명이 중단됐다. 그 뒤 여야 의원들끼리 엉켜 목을 조르고 발로 밟는 육탄전이 빚어졌다. 이후 사학법 개정안은 결국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협력 속에 154명 투표에 찬성 140으로 가결됐다.


김선동 당시 통합진보당 의원이 국회 의장석에 최루탄읆 터뜨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선동 당시 통합진보당 의원이 국회 의장석에 최루탄읆 터뜨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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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폭력 국회’는 18대 국회에서 일어났다. 지난 2011년 11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선동 당시 통합진보당 의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심의·처리에 반발하며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리고, 분말을 다른 의원들에게 뿌렸다.


결국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혹독한 평가를 받았고, 이에 따라 ‘국회선진화법’은 통과됐다.


김 의원은 총포 도검 화약류 등 단속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 1심, 2심 모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이후 2014년 6월12일 대법원에서 원심 확정을 판결하여 의원직을 상실했다.


재판부는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앞장서야 할 국회의원인 피고인이 헌법상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폭력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민주적 기본원리를 꽃 피워야 하는 국회가 특정 정치인의 정치적 퍼포먼스의 장으로 이용돼서도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5일 오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여야4당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제출을 저지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5일 오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여야4당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제출을 저지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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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당 "패스트트랙 끝까지 막겠다" vs 민주당 "법적 책임 묻겠다"


한편 한국당은 끝까지 막겠다는 입장이다. 나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8시 국회 7층 의안과 앞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전날(25일) 여당의 갖은 불법적인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악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저항에 나섰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나 원내대표는 한 손에 빠루를 들고 나왔다. 김정재 의원은 “지금 나 원내대표가 들고 있는 빠루(쇠지렛대)는 전날 7층에서 민주당과 국회 방호과에서 문을 부수기 위해 들고나온 빠루를 저희가 뺏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들의 (패스트트랙 추진) 모든 과정이 하나하나가 불법이었다. 두 번이나 위원을 바꿨다. 대한민국이 북한인가”라며 “그 법안에 찬성하는 사람만 남을 때까지 계속 위원을 바꿔도 되는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회 쿠데타이자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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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상 초유의 폭력 사태를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지금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가능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오전 중에 고발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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