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무법국회 엔드게임, 그 끝엔 총선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여야, 초강수vs초강수 정면충돌 나선 이유…복잡한 정치 역학구도, "밀리면 죽는다" 절박감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전진영 수습기자] 20대 국회가 '무법 국회'라는 오명을 자초한 배경에는 현실 정치의 복잡한 역학 구도가 숨겨져 있다. 25일 종일 국회에서 벌어진 사건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내용이었다.


국회는 의원 감금, 의안과 봉쇄, 경호권 발동, 육박전 등으로 종일 어수선했다. 대화와 타협의 터전이라는 국회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한 장면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뼈대로 한 선거제 개편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공통점은 민생ㆍ경제 현안과 거리가 먼 사안이라는 점이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며 '왜?'라는 의문을 품은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처리키로 한 데 반발하며 자유한국당이 국회에서 노숙을 이어가며 여야가 강하게 맞서며 추경에 대한 논의는 난망하다. 26일 국회 의안과 앞에서 농성중인 한 자유한국당 보좌관이 정부가 제출한 추경예산안 자료를 깔고 앉아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처리키로 한 데 반발하며 자유한국당이 국회에서 노숙을 이어가며 여야가 강하게 맞서며 추경에 대한 논의는 난망하다. 26일 국회 의안과 앞에서 농성중인 한 자유한국당 보좌관이 정부가 제출한 추경예산안 자료를 깔고 앉아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AD
원본보기 아이콘


"그런데 이렇게 목숨을 걸고 싸울 일인가" "무슨 법을 통과시키려는 것도 아닌데"…. 육박전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일 때마다 이를 지켜보던 국회 관계자들은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선거제 개편이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채택된다고 해도 원안이 100% 그대로 처리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선거제 패스트트랙은 자유한국당을 회의 테이블에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공수처 설치나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 국회 협의 과정에서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러한 해석도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때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제 개편이라는 여의도 정치의 '묵은 숙제'를 일단 해소한 뒤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등 정부ㆍ여당의 핵심 현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회가 극한투쟁의 공간으로 변모하면서 모든 계획은 어그러졌다.


사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주당이 당력을 집중할 사안은 아니었다. 정치적으로 손해가 눈에 보이는 데다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의원들의 비판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수처 설치나 검경 수사권 조정은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자 숙원 사업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6일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국회 방호과 직원들이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며 사용한 쇠지렛대(일명 빠루)를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6일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국회 방호과 직원들이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며 사용한 쇠지렛대(일명 빠루)를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원본보기 아이콘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개혁 과제 완성이라는 측면에서도 꼭 이뤄내야 할 과제라는 얘기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6일 의원총회에서 "내 임기 내에 이 법을 통과시켜 적폐를 청산하는 결과를 반드시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정당 지지율 30%대를 유지하면서 내년 4월 제21대 총선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는 상태다. 전날 한국당 의원들이 스크럼을 짜고 '독재 타도' '헌법 수호' 등 결사항전 의지를 보인 것도 '강성 야당' '단일 대오'의 이미지 부각을 통해 보수 유권자에게 존재 이유를 각인시키려는 포석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저희가 지키려는 가치는 다른 게 아니다. 대한민국 자유와 민주라는 헌법 가치"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는 유일한 선명 야당이라는 위상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이번 대치 국면에서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면 지금까지 쌓았던 당의 이미지 쇄신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25일 국회 행안위 회의실 앞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대화를 제의하자 나 원내대표가 이를 거절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25일 국회 행안위 회의실 앞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대화를 제의하자 나 원내대표가 이를 거절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원본보기 아이콘



바른미래당은 '한 지붕 두 가족'의 현실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바른정당 계열 의원들은 사실상 한국당 쪽과 유사한 정치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보수 유권자들에게 점수를 따는 행동은 정계 개편 과정에서 정치적인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반면 당 지도부 쪽과 호남 계열 의원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21대 총선의 핵심 돌파구로 바라보고 있다. 손학규 대표가 목숨을 건 단식까지 불사하며 선거제 개편에 공을 들인 이유다.


민주평화당도 마찬가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당의 사활이 걸린 사안이다. 호남신당에 관심이 많은 의원들은 지역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역할을 각인시키기 위해 개혁 과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렇게 해야 호남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보수 야당과는 차별화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심상정 국회 정개특위원장,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25일 국회 행안위 회의실에서 정개특위 회의를 소집하기 위해 회의실로 진입을 시도하는 중 장제원 자유한국당 정개특위 간사와 보좌진들에게 막혀, 설전을 벌이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심상정 국회 정개특위원장,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25일 국회 행안위 회의실에서 정개특위 회의를 소집하기 위해 회의실로 진입을 시도하는 중 장제원 자유한국당 정개특위 간사와 보좌진들에게 막혀, 설전을 벌이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원본보기 아이콘


정의당은 선거제 개편의 최대 수혜 정당으로 평가받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성사된다면 단숨에 원내 교섭단체(20석 이상)를 꿈꿀 수도 있다. 이는 진보 정치 역사의 대전환점으로 기록될 수 있는 장면이다. 어떤 정당보다 정의당이 이번 사안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21대 총선은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정계 개편은 상수(常數)로 인식되고 있다. 정치 불확실성이 가중되자 여야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21대 총선 레이스의 '총성'이 너무 일찍 울린 측면도 있다. 국민의 눈은 2019년 4월의 민생 현안에 쏠려 있는데 정치인들은 엉뚱하게 2020년 4월, 본인들의 정치적인 미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