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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북카페] 사람은 왜 여행을 갈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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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여행의 이유' 인터파크·예스24·교보문고 집계에서 모두 1위
'걷는 사람, 하정우'도 4개월만에 재진입…에세이 득세 '10권중 절반'

[충무로 북카페] 사람은 왜 여행을 갈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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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소설가 김영하는 2005년 12월 중국에서 추방당했다. 원래는 중국 상하이에 가서 미리 빌려 놓은 아파트에 한 달 동안 머물며 글을 쓸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처구니없게 비자를 준비하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중국은 비자가 필요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상하이 푸둥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쫓겨났다. 할 수 있는 일은 인천행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것뿐이었다.


상하이 푸둥공항에서 황망히 인천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각보다 기분이 최악은 아니었다고 했다. "난생 처음 추방자가 되어 대합실에 앉아 있는 것은 매우 진귀한 경험인 만큼 소설가인 나로서는 언젠가 이 이야기를 쓰게 될 것임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 예감을 현실화했다. 김영하는 지난 17일 출간한 책 '여행의 이유'에서 맨 처음으로 중국에서 추방당한 경험을 썼다. 이 책은 단숨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아시아경제는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팔린 책을 대상으로 베스트셀러 순위를 매겼다. 인터파크ㆍ예스24ㆍ교보문고 등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의 판매량 순위를 참고하되 본지 문화부 기자들의 평점을 더해 종합점수를 집계했다. 여행의 이유는 인터파크, 예스24, 교보문고에서 모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김영하는 집에 도착한 뒤 어이없어하는 아내에게 '비자를 발급받아 다시 중국으로 가겠다'고 했다. 아내는 추방한 나라에 뭣 하러 가냐며 집에서 글을 쓰라고 타박했다. 결과적으로 김영하는 비행기 티켓 값은 물론 아파트 한 달 생활비와 식비도 날렸다. 생각보다 글은 술술 써졌고 그렇게 소설 '빛의 제국'을 완성했다.


김영하는 왜 여행 이유의 첫 화두로 추방을 꺼냈을까. 그는 자신을 돌아봤을 때 '우선 작가였고, 그다음으로는 역시 여행자였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영감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 매년 여행을 떠나면서도 '여행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는 답을 하기가 곤란했다. 그래서 그는 여행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인간들은 왜 여행을 하는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을 구하고 싶었다고 했다. 여행 중 추방과 같은 예상치 못한 변수들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된다. 그 사실만으로도 그가 어디든 떠날 이유는 충분했으리라.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올해는 3·1운동과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었기에 3월에 분위기가 여느 때와 달랐다. 서점가에 뒤늦게 봄기운이 찾아와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일(4월11일) 직후 여행의 이유가 출간(17일)됐고 단숨에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영하는 현대문학상(1999), 이산문학상(2004), 황순원문학상(2004), 동인문학상(2004), 만해문학상(2007), 이상문학상(2012), 김유정문학상(2015), 오영수문학상(2018)까지 내로라하는 상을 휩쓸었다. 2017년부터는 인기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에도 출연하며 대중과 더욱 가까워졌다. 여행의 이유는 김영하의 현재 위상을 확인시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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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1일 집계(5위) 이후 순위표에서 사라졌던 '걷는 사람, 하정우'도 다시 10위에 올랐다. 걷기와 여행 그리고 봄, 일맥상통하는 주제다. 두 책은 모두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24일 동대문의 교보문고 매장에는 두 책이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여행은 본질적으로 내려놓음을 전제로 한다. 집에서 누리는 편한 잠과 맛있는 식사를 일단 포기하는 행위다. 많은 사람들이 산에서 먹는 밥이 맛있다고 하지만 논리적으로 따졌을 때 바람과 기압 등 복잡한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지은 밥이 더 맛있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비웠기에 넉넉해지고 너그러워지는 것이다.


하정우는 서문에 썼다. "돌아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오직 걷기밖에 없는 것만 같았던 시절도 있었다. 연기를 보여줄 사람도, 내가 오를 무대 한 뼘도 없었지만, 그래도 내 안에 갇혀 세상을 원망하고 기회를 탓하긴 싫었다. 걷기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았던 과거의 어느 막막한 날에도, 이따금 잠까지 줄여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지금도 꾸준히 나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 점이 마음에 든다.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떻든, 내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걷기는 내가 살아 있는 한 계속할 수 있다는 것."


여행의 이유와 걷는 사람, 하정우가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하면서 시·에세이가 베스트셀러 열 권 중 절반을 차지했다. 지난주보다 한 권 늘었다. 나머지 에세이 세 권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은 순위가 지난 집계에 비해 한두 계단씩 떨어졌다. 인문 서적도 지난주보다 한 권 늘어 세 권이 순위에 올랐다. 걷는 사람, 하정우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12월21일 이후 순위표에서 볼 수 없었던 '당신이 옳다'가 오랜만에 재진입해 9위에 올랐다. 여행의 이유로 지난 집계에서 1위였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가 3위로 밀려났다. '공부머리 독서법'은 두 계단 상승해 4위를 기록했다.


나머지 두 권은 자기계발 서적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2위를 지켰고 '말센스'는 8위에서 5위로 올랐다. 지난 집계에 이어 이번에도 소설은 한 권도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문학동네의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과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어가 잠든 집'이 11, 12위를 차지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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