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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전 흉기 구입·체포되자 "다 죽였다"…진주 방화살인범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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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후 '횡설수설' "심신미약 주장위한 것" 분석도
"치밀한 계획…조현병 범죄 가능성 낮아"
전문가들 "18살 여고생 스토킹…'분풀이 범행' 가능성"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아파트에 방화·살해한 안모(42)씨가 과거에도 위층을 찾아가 문을 열려고 하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기록됐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아파트에 방화·살해한 안모(42)씨가 과거에도 위층을 찾아가 문을 열려고 하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기록됐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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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는 참극이 발생한 이른바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범’ 안 모(42) 씨 범행 동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그의 조현병 경력과는 관계가 없어 보인다며 숨진 18살 여학생을 2년간 스토킹하며 괴롭히다 원하는대로 되지 않자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남 진주경찰서는 현주건조물방화·살인 혐의로 안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8일 밝혔다.


안 씨는 지난 17일 오전 4시29분께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4층 본인 집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르고 계단으로 대피하던 이웃들을 상대로 흉기 2자루를 무차별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수사력을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도대체 왜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대피할 때 흉기를 2자루나 들고 무차별적으로 휘둘렸느냐는 것이다.

안 씨는 평소 숨진 최 모(18) 양을 지속적으로 스토킹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가족에 따르면 안 씨는 2년 전 바로 위층인 506호에 여성 2명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최 양을 스토킹하는 등 지속해서 이들을 괴롭혔다.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아파트에 방화·살해한 안모(42)씨가 과거에도 위층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오물 투척하고 위협하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기록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아파트에 방화·살해한 안모(42)씨가 과거에도 위층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오물 투척하고 위협하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기록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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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씨는 수시로 506호로 올라와 문을 두드리면서 가족을 위협하는가 하면, 그릇에 오물을 담아서 문 앞에 뿌리기도 했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가족들은 집 앞에다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했다. 그러다 지난 3월에는 안씨가 최양이 하교하자 곧바로 뒤따라오기도 했다. 공개된 CCTV 영상에는 이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다.


영상을 보면 최 양은 황급히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른 뒤 집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이후 안 씨는 곧바로 뒤따라와 최 양이 들어간 집 현관문 벨을 누르는가 하면,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는 등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안 씨 범행 배경에 18살 여학생을 스토킹한 것이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속해서 최 양을 괴롭히는 등 스토킹을 하다가 결국 뜻대로 되지 않자, 범행을 저질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조현병에 따른 이상행동 가능성은 낮게 봤다.


이 교수는 "안 씨가 4층에 불을 내고 2층으로 대피하는 사람들을 처참하게 살해했다. 경찰에 붙잡혀서도 '다 죽였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의사 결정 능력이 없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 잠든 새벽 시간대에 불을 지른 다음 사람들이 몰려나와 어디로 갈지 예견을 했던 것 같다"며 "그래서 흉기 2개를 몸에 숨기고 기다리고 있다가 본인이 피해자들을 선별해 살해에 이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 난동 사망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서 주민들이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이 사건으로 현재까지 주민 5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 난동 사망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서 주민들이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이 사건으로 현재까지 주민 5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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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자가 노약자·여성에 집중된 것은 "피해자 중 유달리 노인이나 무방비 상태의 미성년자들이 꽤 포함돼 있는 것은 (피의자가) 방어 능력이 있는 사람은 공격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며 "때문에 사리 분별력이 없는 사람이 할 짓은 전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직접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숨진 최양 가족은) CCTV까지 장치해놨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다면 지금 피해자를 상당 부분 특정을 했다고도 볼 수가 있어서 그러면 그게 사실 (범행)동기일 수가 있을 것으로 추정이 된다"고 강조했다.


안 씨의 조현병 병력과 관련해서는 "심신미약을 인정받을 목적으로 고의로 (범행 동기를) 횡설수설 하는 건 아닌지에 대한 생각조차 해볼 정도로 범행 당시 정신 상태는 상당 부분 의사 결정 능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조현병 환자라고 해서 24시간 양성 증상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지금 범행 당시 나름대로 치밀하게 계획을 해서 수행에 옮긴 흔적들이 분명하기 때문에 아무리 조현병 환자라고 해도 무작정 형사 책임을 조각시켜 줄 이유는 현재로써 없다"고 했다.


경찰은 안 씨가 범행을 미리 계획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안 씨가 범행에 쓴 길이 34㎝·24㎝ 등 흉기 2자루를 범행 2∼3개월 전 미리 구입한 점, 사건 당일 원한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휘발유를 구입한 점 등을 근거로 보고 있다.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 난동 사망 사건이 발생한 현장. 아파트 출입구 바닥에 사건 당시 끔찍한 상황을 대변하는 듯 주민들의 핏자국이 곳곳에 가득하다.사진=연합뉴스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 난동 사망 사건이 발생한 현장. 아파트 출입구 바닥에 사건 당시 끔찍한 상황을 대변하는 듯 주민들의 핏자국이 곳곳에 가득하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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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안 씨가 과거 조현병 병력으로 치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건당국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안 씨는 지난 2010년 당시 편집형 조현병으로 보호관찰형 선고 받았고,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진주의 한 병원에서 조현병으로 치료 받았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관리대상 명단에는 없었다.


현재 정신장애인 관리는 정신 질환자 본인이나 보호자, 경찰, 정신병원 등에서 관리해달라는 요구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보건소에서는 정신 질환자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중증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하게 할 수 있는 정신건강복지법의 경우 환자 인권을 위해 지난 2017년 개정됐다. 정신질환 증상 외 ‘자신 및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별다른 직업 없이 2015년 12월15일부터 이 아파트에 혼자 살아온 안 씨의 경우, 그의 병력이 보건당국에 통보될 수 있는 구조는 없었던 셈이다.


현재 환자 동의 없이도 중증 정신질환자의 경우 입·퇴원 사실을 지역 보건소에 알리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은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아직 공포되지 않은 상태다.


한편 안 씨는 경찰 조사·면담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계속 불이익을 당하고 있고, 기업체·퇴사 뒤·치료 과정 등에서 불이익을 당해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씨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사실을 알고 있고 잘못한 부분은 사과하고 싶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상자의 경우 범행 당일인 17일 18명으로 집계됐지만, 부상자가 2명 더 확인돼 20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경찰은 안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구속 심사는 이날 오전 11시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열린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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