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내부고발 이후의 삶

신변보호 요청 묵살에
군납비리 폭로 뒤
근무평가 최하 등급, 교관자격 박탈

매년 느는 공익신고 보호조치 신청
법령·제도 개선 시급

[내부고발의 세계]신분노출에 살해협박…보호 못받은 '용감한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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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유병돈 기자] 2013년10월 A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이 의사 자격증을 빌려 운영되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임을 확인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고했다. 공단은 관할 경찰서에 사건을 넘겼다. A씨의 내부고발은 사실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찰은 A씨에 대한 신변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A씨가 익명처리를 요구했음에도 진술조서에 인적사항을 기재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A씨는 병원 측으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았고, 두려움을 느껴 경찰에 신변보호요청을 했으나 이 역시 묵살됐다.


이런 사실은 최근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경찰이 내부고발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결론을 내린 조사위는 "공익신고자 및 부패행위신고자들에 관한 업무지침을 보완하고 교육하라"고 경찰청에 권고했다.

2009년 군납비리를 폭로했던 김영수 전 해군 소령도 내부고발로 인해 불이익을 당했다. 근무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받는가 하면, 군내 교관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2011년 '부패방지 부분 훈장'을 수여받으며 주위의 응원을 받았지만, 실상 군 내부에서는 김 전 소령의 고발을 '이적 행위'로 본 것이다.


내부고발자의 삶은 고단하다. 조직은 내부고발자를 색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신분이 노출되면 징계ㆍ소송 등 갖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2011년 내부고발자 신분보호 등 내용이 담긴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제정됐으나, 현실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신청 건수는 2016년 20건, 2017년 34건, 지난해 62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공익신고 건수 자체가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내부고발자들의 불안이 여전하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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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조치가 인용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해 신청된 62건 가운데 인용된 사례는 22건에 불과하다. 아직 진행 중인 22건과 본인이 취하한 16건을 제외하더라도 15건은 기각 또는 각하됐다. 불이익을 받더라도 국가가 구제해주지 않는 이상 별다른 대처법이 없다. 김 전 소령은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내부고발이 활성화되는 것을 불편해하는 우리 사회 일부 특권계층의 인식"이라며 "법령 정비를 통해 내부고발자들을 재교육시키고, 실직 했을 경우 취업을 알선해주는 현실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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