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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료 쓰게 해달라"…한은-통계청 '요청권' 놓고 정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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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행정자료제공요청권 부여해야" 주장에 통계청 "수용 불가"
"한은 특수성과 경제지표 정확성 위해 권한 필요" 주장에 무게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행정자료제공요청권한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행정자료는 공공기관이 직무상 취득하거나 작성해 관리하는 문서 등을 말한다. 한은은 경제전망 등 통계의 정확한 작성을 위해 행정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통계청이 최근 이런 요구에 공식적으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일단 양 기관의 상반된 입장이 수면위로 드러난 만큼, 국회 논의과정에서 기관간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일 국회 등에 따르면 통계청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통계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한국은행 총재의 행정자료 요청권한 신설'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고 거절 의견을 제시했다. 그동안 행정자료 요구권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통계청이 공식 답변한 것은 처음이다.

현행 통계법 24조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통계작성 과정에 필요한 경우 공공기관장에게 행정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한은은 독립기관이어서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통계를 작성하는 한은에 행정자료요청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통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 의원은 개정안에서 "한국은행이 국민계정(GDP)을 비롯해 국가승인통계를 작성·공표하는 만큼 행정자료의 접근과 이용이 원활해야 한다"며 행정자료제공 요청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현재 소득통계와 수지통계, 기업경영분석 등의 통계를 작성하면서 국세청, 수출입은행,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행정자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관련법에 따른 요청권이 없어 '부탁'을 해야하는 처지다. 한은 관계자는 "권한이 없으니 행정자료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통계청 "정보유출·형평성 문제" 우려=통계청이 개정안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지만 내세운 근거는 빈약하다는 견해가 많다. 통계청은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한은 등 통계작성지정기관까지 행정자료를 활용하도록 할 경우 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고 다른 통계작성지정기관과의 형평성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이유를 명시했다. 그러면서 "통계등록부와 통계데이터센터를 통한 공동 활용을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에 대해 국가기간망인 외환전산망과 국고전산망 등을 관리하고 있어 정보유출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한다. 또 형평성에 대해서도 독립기관이라는 한은의 특수성을 인정하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통계데이터센터 활용에 대해서는 "자료제공주기와 통계작성주기가 불일치한다"고 평가했다.


국회 검토보고서에서도 정보유출 가능성에 대해 "한은은 주요 정보통신 기반시설을 관리 운영하는 최상급 국가보안 목표시설"이라며 "보안수준이 정부기관보다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고 명시했다.


한은은 또 국가통계작성기관 중 하나로, 국제수지통계와 국제투자대조표, 통화금융통계, 수출입물가조사, 대외채무 및 대외채권, 생산자물가조사, 자금순환표, 국민계정 등을 지정통계로 작성하고 있다. 지정통계는 각종 정책수립과 평가는 물론, 다른 통계작성에도 활용된다. 한은 관계자는 "다른 비정부 통계작성기관과 차별화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한은 "예산절감·통계 정확성 위해 필요"=오히려 행정자료를 활용하면 예산이 절감되고 거시경제지표 등 통계의 정확성도 높일 수 있다는 한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로 지난해 통계청은 가계금융복지조사 보도참고자료에서 "행정자료로 보완한 결과 2017년 가구소득 평균은 5705만원으로 조사결과(5195만원) 보다 509만원 증가했으며 처분가능소득 평균은 4668만원으로 조사결과(4251만원)보다 417만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행정자료를 활용한 통계가 보다 정확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통계법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긍정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기재부는 "한은의 경우 정책기관으로서의 성격과 작성 통계의 특성을 감안할 때 행정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통계법 개정안에 대해 관계기관 의견을 물어본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통계청의 답변은 핑계에 불과하다"면서 "한은이 정확한 통계를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만큼 기관의 특수성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료 요청권을 둘러싼 한은과 통계청의 입장이 나온 만큼 입법 과정에서 공방은 치열할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입법 논의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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