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하루 전 대북제재 유연해진 美…靑 "회담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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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에 도착한 10일(현지 시간) 대북 제재 완화를 시사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발언이 나와 주목된다.

비핵화 협상 재개의 중대 분수령이 될 한미 정상회담 개최 하루 전날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후퇴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정상회담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의 2020 회계연도 예산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약속을 입증할 때까지 어떠한 제재도 해제돼선 안 된다는 데 동의하는가'라는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상원의원의 질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 약간의 여지(a little space)를 남겨두고 싶다"고 밝혔다.

미 CBS방송은 이날 한미정상회담 전망 기사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대북제재에 대한) 스탠스를 완화할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미국 USA투데이는 "폼페이오 장관의 (대북제재 해제 여지) 언급이 중대한 시점에 나왔다"면서 "문 대통령이 11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 대가로 일부 제재의 해제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도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는 전체 맥락을 파악해 봐야 한다”면서도 “회담을 앞두고 대북 제재에 대해 다소 유연해진 발언이 나왔다는 점은 회담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라고 했다.

대북 제재 완화 여부는 이번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주요 의제로 꼽힌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대북 제재 완화와 관련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는다면 시동이 꺼져 있는 비핵화 프로세스의 새로운 동력이 생기게 된다.

한미 정상회담으로 재개된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프로세스가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3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연결되게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일괄 타격을 주장하는 미국의 ‘빅딜’과 단계적 접근론을 주장하면서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청와대는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부분 보상을 하는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 충분히 좋은 딜)'을 절충안으로 내놓고 있다.

북한이 대화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 일부 제재 완화 등으로 보상해 주는 ‘조기 수확(early harvest)'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청와대는 조기 수확의 구체적인 조치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자들 간의 의제 조율 과정에서는 이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에서는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청와대는 전망하고 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5일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재개 논의를 했느냐는 질문에 “전혀 언급이 없었다”면서도 “정상 간에는 폭넓은 틀 속에서 여러 문제를 다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한편 1박 3일 일정의 방미 길에 오른 문 대통령은 1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11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워싱턴=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