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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대한민국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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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지내던 스타트업 창업자를 최근 마주쳤는데, 법인을 파산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전했지만, 수년간 창업자의 인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내려놓는 결정을 하기까지의 고민과 부담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주말에도 일을 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들던 시기를 보내다, 갑작스러운 시간 여유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매달 갚아야 할 이자와 부채가 기다리고 있어 놀 수도 없다고 한다. 신용보증기금에서 창업자 연대보증 면제로 대출을 받았지만 대출금을 갚지 못한 금액은 국세기본법상 최대주주에게 변제 의무가 있고 채무불이행 시 신용불량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부에서 신보, 기술보증기금의 창업자 연대보증을 폐지해 구상권을 행사하지는 않으나, 채무불이행자 명부 등재는 피할 수 없다고 한다. 갚지 못한 부채의 처리에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이해가 가기도 한다. 다만 열심히 노력했으나 실패한 창업자가 회사 법인 대표로서 유한책임만을 지고 재기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은 아직 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다른 스타트업 창업자로부터 과분한 감사 인사를 받은 일도 있었다. 온라인으로 폐차 비교 견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데 최근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증특례 허가를 받았다. 창업할 때만 해도 불법이 아니었는데 이듬해 기존 폐차업체가 아니면 서비스를 할 수 없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불법 사업자로 전락했다. 경영도 악화되고 고소ㆍ고발에 시달리며 경찰서를 들락거리면서도 소비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서비스라는 생각에 포기하지 않고 있다가 반전의 계기를 잡은 것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서 규제 해결을 위해 함께 도와드렸는데 '인생의 은인'이라는 과분한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희망보다 좌절을 겪는 창업자의 소식이 항상 더 많이 눈에 띈다. 지난 정부에서 '임시 허가 1호 기업'으로 선정된 블루투스 전자저울업체의 창업자는, 3년6개월 동안 남은 것이 "공무원 명함 200장과 빚 5억원"뿐이라고 한다. 임시 허가 만료일이 다가왔지만 "장기적으로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는 규제 부처의 답변만 있고 정식 허가는 받지 못했다.


규제의 불확실성, 불투명성의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의 규제 혁신 행사에서 만난 뷰티 스타트업 대표는 수십 년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타투이스트들의 문제, 불확실한 출장 미용 규정으로 인한 미용사들의 고통을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규제 샌드박스 심사장에서 기계적인 반대 의견을 반복하는 관련 부처에 반발해 자리를 박차고 나간 스타트업 대표도 있었다.


스타트업 창업자로 산다는 것은 원래 굉장히 외롭고, 미래가 불확실하며, 큰 책임이 수반되는 일이다. 기업을 창업해 성장시키면서 구성원에 대한 책임, 투자자에 대한 책임, 소비자에 대한 책임에 사회적 책임까지도 온전히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만나보면 그들이 바라는 것은 공통적이다. 내가 가진 아이디어나 기술이 사람들에게 유용함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혁신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켜 구성원, 투자자와 소비자, 나아가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서비스나 제품을 잘 못 만들어서, 경영을 잘 못해서 기업이 실패하는 것은 감수할 수 있지만, 불명확하거나 불합리한 규제 등 외부적 요인으로 실패하는 것이 가장 괴로운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로 산다는 것이 더 외롭고, 더 불확실하며,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 않길, 비즈니스 외의 이유로 좌절하지 않게 되길 바란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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