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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R의 공포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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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제이콥스의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의 이야기를 어쩌면 지금 우리가 곱씹어 봐야할지도 모른다. 엄마돼지는 아기돼지 삼형제가 살 집을 스스로 짓도록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첫째는 지푸라기로, 둘째는 나무로, 셋째는 힘들고 어렵지만 벽돌로 각자의 집을 지었다. 어느 날 늑대가 아기 돼지들에게 찾아왔고, 첫째와 둘째가 지은 집은 늑대가 분 바람에 흔적만 남은 채 무너졌지만 셋째가 지은 튼튼한 벽돌집은 무너지지 않았다. 아기돼지 삼형제는 막내의 부지런함으로 행복하게 살게 되었고 첫째와 둘째는 그들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지난달 말 경제위기의 전조로 여겨지는 미국의 국채 장단기 금리차의 역전현상이 나타나면서 글로벌 경제는 R(Recessionㆍ경기 침체)의 공포에 사로잡혔다. 10년 만기 국채금리(2.428%)가 3개월 만기 국채금리(2.435%)보다 하락한 것으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미국의 장단기 금리의 역전이 나타난 이후 약 1년 뒤 글로벌 경제가 경기침체로 이어졌던 것은 경험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홀로 호황을 누리던 미국마저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한 가운데 우리 경제는 이미 경기침체로 접어든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늑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럼 과연 우리의 집은 안전한가?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9% 감소(전년 동월 대비 -1.4%)했는데, 이는 광공업생산(-2.6%)과 서비스업생산(-1.1%)의 감소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감소(전년 동월 대비 -2.0%)했는데 이는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8%)와 승용차 등 내구재(-0.9%)의 판매 감소 때문이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0.4%, 건설기성은 건축(-3.5%) 및 토목(-8.2%) 공사 실적이 모두 줄어 전월 대비 4.6% 감소하면서 투자 부문이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건설수주(경상)는 공장 창고, 주택 등 건축(-27.8%) 및 도로 교량 등 토목(-23.8%)에서 모두 줄어 전년 동월 대비 26.6% 감소했다.


현재의 경기를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4포인트 감소해 98.7을 기록했다. 향후 경기 국면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3포인트 감소해 98.3을 기록했다. 경기동행지수는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 연속,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고용상황도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고용률은 60.7%로 2017년보다 0.1%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2009년 하락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2018년 실업률은 2014년부터 5년 연속 상승해 3.8%로 나타났다. 수년 내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그리고 2차 베이비붐 세대(70년대 생)의 은퇴가 이어지기 때문에 국내 노동시장의 건전성 악화가 예고된 상태이다.


수치로 나타난 우리 경제는 누구의 집을 연상시키는가? 적어도 튼튼한 셋째 돼지의 집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현 상황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수년간 현 정부의 갖은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늑대가 오기도 전에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까 염려가 될 지경이니 말이다.그나마 우리 경제가 버틸 수 있었던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산업도 호황을 마치고 삐걱거리고 있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한국 경제를 위한 대책으로 재정확대론이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기업 주도의 혁신성장을 위한 정책적 대안이 요구된다. 수출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체계적인 리쇼어링 정책과 더불어 내수확대정책이 시급하다. 이제는 기업들이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민간 부문의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액션 플랜을 내놓을 때이다.


이상근 교수(서강대학교 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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