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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을 신지 않을 권리를 달라" 미투 이어 '쿠투' 확산

최종수정 2019.03.22 13:00 기사입력 2019.03.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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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와 유미 트위터에 올라온 '쿠투 운동' 독려 사진 [출처 = 트위터 캡처]

이사카와 유미 트위터에 올라온 '쿠투 운동' 독려 사진 [출처 = 트위터 캡처]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페미니즘 확산과 더불어 전 세계 여성들 사이에서는 여성에게 강요되는 외모를 거부하는 '탈(脫) 코르셋' 운동이 번지고 있다. 페미니즘 문화에 상당히 소극적인 일본조차도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쿠투(#Kutoo·하이힐을 신지 않을 권리)' 열풍이 불고 있다.


쿠투는 구두를 뜻하는 일본어 '쿠쯔(靴)'에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합친 합성어다. 백화점이나 호텔 등 일부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에게 일정 높이 이상의 하이힐 착용을 의무 혹은 권고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거부 운동이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1월 일본 배우 이사카와 유미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성들은 납작한 신발을 신는데 우리는 왜 하이힐을 신어야 하나"라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과거 호텔에서 아르바이트할 당시 회사 측에서 하이힐 착용을 강요받았다"며 "여성들이 일할 때 하이힐을 신어야 하는 관습이 없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글은 3만 회 이상 공유됐고, 이후 여성들은 '쿠투'라는 해쉬태그(#)를 붙여 SNS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일부 여성들은 하이힐을 강요받은 자신의 경험을 올렸고, 어떤 여성들은 하이힐을 신다 발에 물집이 잡히고 피가 나는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하이힐과 관련한 여러 건강상의 문제점들도 제기됐다. 높은 구두를 장시간 착용하다 보면 발 앞쪽이 지속적인 압력을 받아 엄지발가락이 발등이나 새끼발가락 쪽으로 기울어져 통증을 유발하는 '무지외반증'이 나타난다. 이와 함께 새끼발가락이 엄지발가락 쪽으로 기울어지는 '소지내반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이외에도 척추전방전위증, 무릎연골연화증 등 각종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쿠투 운동이 점점 확산되면서 이사카와 유미를 중심으로 서명 운동도 진행 중이다. 그는 "하이힐의 고통에서 벗어나자"며 동참을 호소했고, 1만6000명 이상의 일본 여성들이 서명했다. 이사카와는 일본 후생노동성에 서명을 전달함과 동시에 '기업의 하이힐 착용 규정을 금지하는 법안'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일본에서 페미니즘과 관련한 운동이 확산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사건이다. 우리나라에서 탈코르셋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일본에서는 '여자력(女子力)' 열풍이 불었다. 여성들의 화장 실력과 요리 실력, 패션 감각 등을 기준으로 여자력의 높고 낮음을 평가하는 것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여자력 테스트'가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는 여자력이 일상 용어로 쓰인다. 일본 사회에서 여전히 "여성은 어떠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 하이힐을 거부한 건 일본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영국에서도 하이힐 착용 등 여성 직원 복장 규정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2015년 12월 회계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서 임시직으로 일할 당시 플랫슈즈를 착용했다가 임금도 받지 못하고 해고당한 한 여성이 온라인 청원을 올려 15만여 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결국 영국 정부는 여직원에게만 적용되는 복장 규정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리나라도 쿠투 운동을 아우르는 탈코르셋 운동이 한창이다. 하이힐뿐만 아니라 화장, 옷차림 등 사회가 강요하는 여성성을 코르셋으로 규정하고 이를 벗어던져 자유를 찾겠다는 움직임이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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