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과 여자애 몸매 몇 점 줄까” 개강 맞은 대학가, 성범죄 불안 토로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남자 동기들끼리 단체 채팅방을 만들고 여학우들의 얼굴이나 몸매에 대해 점수를 내다가 채팅방 화면을 캡처한 사진이 퍼지면서 발각된 적이 있다”
개강을 맞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불법촬영(몰카), 단톡방 성희롱 등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토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활기찬 개강 분위기는 아예 느낄 수 없다는 자조 섞인 푸념도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여대생 A(24) 씨는 “조별과제를 하면서 알게 된 지인 중에 매우 활기차고 붙임성이 좋아 캠퍼스 내에서 소위 ‘인싸’라고 불리던 남학생이 있었는데 다음 학기부터 좀처럼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개강 후 우연히 학교 커뮤니티 게시판에 몰카범이 잡혔다는 글을 봤더니 이름 초성과 학과명, 나이가 쓰인 걸 보니까 그 친구였다. 이 일이 있고서 사람을 잘 믿지 못하게 되더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학을 다니고 있는 여대생 B(25) 씨 역시 “캠퍼스 내 화장실을 들른 적이 있었는데 앞칸에서 사진을 찍는 소리가 난적이 있었다”며 “당시 잘못들은 줄 알고 무시했는데 며칠 뒤 그 화장실에서 칸 너머로 휴대전화를 내밀어 사진을 찍던 남학생이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지하철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는데 이제는 학교 안에서마저 불법 촬영 걱정을 하게 됐다”고 푸념했다.
실제로 대학가를 중심으로 각종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2017년 8월 학내 남자 화장실에 불법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 측은 이 사건 이후로 불법 촬영물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전파를 탐지해 수신기의 위치까지 찾아내는 ‘전파 탐지기’ 3대를 구매하기도 했다.
동국대도 2018년 2월 지난 2006년 교내 화장실에서 찍힌 불법촬영 영상이 음란물사이트 등에 유포되고 같은 해 5월에는 여자화장실에 숨어있던 남성이 붙잡히면서 학생들의 불안감이 커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단체 대화방(이하 단톡방) 성희롱도 대학가를 중심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16년 8월 서강대 한 학과 단톡방에서 남학생들이 술에 만취해 잠든 여학생의 사진을 공유하고 “여자냐? 과방으로 데려가라” “형 참아” “못 참는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쏟아냈다.
2017년 6월 고려대에서는 남학생 8명이 단톡방에서 1년간 여학생을 상대로 성희롱한 것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당시 가해자들은 ‘자취방 데려와’ 등 여학우를 상대로 성희롱했다.
지난해 2월 홍익대에선 남학생들이 단톡방에서 한 여학생을 지목하며 “여행 중이면 남자친구와 XX중이겠네” “XX하면 행복하겠다”라는 말을 쏟아냈다. 또 여학생 여러 명의 사진을 올리며 “X빻았다(못생겼다)” “XX 물리고 싶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전문가는 단톡방 성희롱에 대해 집단으로 조롱을 하다 보니 죄책감을 덜 느끼고 그러다 보니 범행이 지속해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단톡방에서 한 여학우를 대상으로 성적대상화 하는 것은 일종의 가학심리가 있다”면서 “온라인으로 희롱하고 오프라인에서는 그 여학생을 실제로 만나며 대화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집단으로 범행을 하다 보니 본인들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등 죄책감이 떨어지는 상황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기준 최근 5년간 국내 대학에서 적발돼 보고된 성폭력 건수는 32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장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학내 성범죄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학 내 성폭력은 2013년 35건, 2014년 40건, 2015년 63건, 2016년 75건, 2017년 107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학내 성범죄를 유형별로 보면 △성희롱 167건(52.2%) △성추행 133건(41.6%) △성폭력 20건(6.3%) 순이었다. 학내 성범죄 가해자는 △교수(교원) 72건 △조교 1건 △강사 9건 △직원 24건 △학생 214건 순이었다.
학내 성범죄는 은밀하게 자행되거나 피해자가 고통을 받으면서도 숨기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처벌 수위다. 302건의 학내 성범죄 가운데 징계 건수는 65.3%(209건)에 불과해 사건 자체 조사 및 징계 방안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의 경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학내 성범죄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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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법적으로 모든 대학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1990년에 제정된 연방법 ‘클러리법(Clery Act)’은 대학들이 의무적으로 성범죄를 포함한 학내 범죄사건을 조사해 범죄통계를 정확히 기록하고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를 기반으로 학내 성범죄 대처가 미흡한 대학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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