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구속 김경수, 항소심서 반전 카드 있을까?

1심서 예상 밖 '실형' 2년... 드루킹 진술신빙성 공략 전략 실패
항소심에선 전략 수정 불가피... 직접 무죄입증 증거 필요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 측의 재판전략에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지금까지는 주로 드루킹의 진술에 신빙성을 공략하는 전법을 썼다면 앞으로는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를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할 처지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성창호)는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지사는 선고 후 법정 구속됐다.

이날 김 지사 측은 법원의 실형선고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변호인단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지사 측이 재판결과를 낙관했던 것은 드루킹의 진술을 제외하면 유죄의 증거가 될 만한 물증이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드루킹 측의 일부 핵심 진술이 법정에서 잇따라 번복되면서 상황이 유리하게 전개됐다"면서 " 낙관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댓글조작 장비인 ‘킹크랩’의 시연과 관련해 드루킹이 당초 진술을 뒤집고 “김 지사에게 직접 시연한 적이 없다”라고 법정에서 진술하면서 결정적인 승기를 잡았다고 보는 견해도 나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의 존재를 알았고, 댓글조작을 할 대상기사 URL을 드루킹 측에 전송했으며, 여론조작이 이뤄진 ‘결과’과 전달됐다는 점을 볼 때 공모관계가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진술이 바뀐 경우에는 특검수사 과정에서 드루킹 측이 최초로 내놓은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부분적으로 모순되거나 번복된 진술이 있고,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물증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범죄가 실행에 옮겨졌고 전체적인 흐름이나 정황으로 볼 때 김 지사와 드루킹 사이에 공모관계가 없었다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드루킹 측 진술에 모순이 있다거나 진술이 번복됐다는 점을 파고 들면서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도 부족하다는 점에 화력을 집중했던 김 지사 측 변호인단의 1심 전략이 철저하게 실패로 끝난 셈이다.

김 지사 측 변호인단은 재판 직후 재판결과에 강력히 항의하면서 항소의사를 분명히 했다. 법조계에서도 항소심 재판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결과를 뒤집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형로펌 소속의 중견 변호사 B씨는 “최근들어 항소심 법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심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면서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기 위해서는 판단을 바꿀 만한 근거가 추가로 제시되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직 변호사 J씨는 “김 지사 측으로서는 재판전략을 수정할 수 밖에 없다”면서 “항소심에서는 단순히 드루킹 진술을 탄핵하는데 그치지 않고 김 지사의 무죄를 능동적으로 입증할 증거를 모으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