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로 인해 소비자의 삶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한국 사회에서 IT의 도입기에 해당하는 1990년대 후반 어느 기업의 공익광고에서 저녁밥 먹을 시간인데 '인터넷으로 주라기 공원에 들어가야 한다'라는 손자의 말에 '이 늦은 시간에 공원에는 왜 가냐'라고 할머니가 걱정하는 일화를 다룬 적이 있다. 당시에는 IT에 대한 접근성과 수용성의 차이가 사회 성원 간의 격차를 가져오고 IT 수용이 늦은 사회집단은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또한 가족원 간에 생활 공간이 분리되고 대화가 단절될 것으로 예측했고, 이에 대한 예방책을 강구할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다. 테크놀로지는 우리의 삶에 편의성을 가져다주는 대신 사용 결과의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을 야기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대체로 신기술을 접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신뢰하고 신기술이 가져다주는 편의성을 높게 평가한다. 동시에 안전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생각하고, 설사 문제가 발생해도 위해의 정도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다른 한편 과도한 불안을 보이기도 한다. 일례로 어떤 소비자는 제습기에 대해 합선, 누전과 같은 일반적인 전기제품의 안전 수준을 넘어 제습기가 공기의 습도뿐 아니라 인체 내의 수분까지도 제거할 가능성은 없는지 걱정하기도 했다.
우리의 경험과 지식의 범위를 뛰어넘는 삶의 변화가 요구될 때 순응과 저항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또는 선택의 여지가 있을 것인가. 경이로움에 기반한 맹목적인 신뢰로 신기술이 가질 수 있는 불완전성을 간과해서도 안 되고,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과도한 불안으로 대응하는 것도 문제일 것이다.
최혜경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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