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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주택시장 미래를 바꿀 주역, 1인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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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 중심의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무너졌다. 1인 가구는 2017년 562만가구로 전체 가구의 28.6%에 이른다. 이는 1990년 대비 5.5배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17개 시도 중 서울을 비롯한 9개 시도의 1인 가구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1인 가구인 셈이다.

이렇듯 으뜸 가구가 된 1인 가구는 단순히 통계학적 현상에 머물지 않고 경제, 사회, 문화, 정치 지형의 변화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파워 소비 주체로 인식되면서 혼족들의 '혼밥' '혼술' '혼행'과 같은 나 홀로 문화 향유는 소비시장의 황금 타깃이 되고 있다.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과거 결혼 여부에 따라 독신이라는 틀 안에 있던 1인 가구는 이제 취향과 선택의 문제로 비친다.
그러나 사회적 파장도 크다. 1인 가구화는 가족 관계의 불안정을 의미한다. 만일의 상황에 도와줄 동거 가족이 없기 때문에 생활 리스크 대처 능력이 취약하다. 빈곤, 부양과 돌봄 공백, 사회적 고립과 단절, 고독사와 같은 문제가 커진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1인 가구는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는 비자발적인 상황의 강제로 내몰려 더욱 심각하다. 청년층은 취업난과 소득 불안정, 주거 불안정, 미래에 대한 비관으로 가족 만들기를 주저하거나 포기한다. 중ㆍ장년 층은 사회적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낙오하거나 주류 사회에서 이탈한 사람이 가족 관계가 와해되면서 1인화된다. 노년층은 가족의 부양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이 되면서 1인 빈곤화된다. '1코노미'시장의 포섭 대상인 화려한 골드 싱글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주택시장에서도 이러한 1인 가구의 양면성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시장 한쪽에서는 초소형 스튜디오 아파트, 유닛 주택과 같은 마이크로 하우징이 각광받는다. 유닛 주택은 가구원 수가 바뀌면 유닛을 합쳐 크기를 키울 수 있는 공간 구조로, 사무실 등 다양한 형태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기초적인 필수 시설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는 1인 가구가 있다. 1인 가구 중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은 12%다. 2인 이상 가구 중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 4% 대비 3배다. 1인 가구의 월세 비율은 48%로 2인 이상 가구의 13.6%에 비해 3배 이상이다. 1인 가구 중 주거빈곤가구 비율은 36.7%에 이르며, 이 중 대부분은 생애주기에서 소득이 가장 낮은 청년층과 노년층이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1인 가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30년에는 33.3%, 2040년에는 35.7%로 전망된다. 가족 구조가 변화하는 것 자체가 위기는 아니다. 우리보다 1인 가구 비율이 월등히 높은 유럽 국가에서 1인 가구는 거의 사회문제시되지 않는다. 오랫동안의 사회 시스템이 '가족'보다는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코하우징, 컬렉티브 하우징, 커뮤니티 하우스, 협동조합주택 등 다양한 주거 형태가 1인 가구를 흡수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1인에게 적합한 주거를 찾기 어렵다. 소형 임대주택과 셰어 하우스의 보급을 늘리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1인 가구의 주거 문제에 대처하기 어렵다.
저출산ㆍ고령화는 결혼의 탈(脫)제도화, 돌봄의 탈가족화로 가속화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1인 가구가 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주택시장을 만들어나갈 것인가? 지금과 같이 양극단화되는 1인 가구로는 건강한 시장이 될 수 없다. 따라서 그동안의 주택 전반의 제도적 틀과 기준을 재정비해 1인 가구의 주거 접근성을 높이고 자존감 있고 품격 있는 공간을 조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가족 자원이 결여된 1인 가구에게는 사회적 연결망을 형성해주는 공동체 주거를 보급해 혼자 살지만 연대와 '같이'의 가치를 살리는 삶터를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또 이러한 주거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든든한 사회 안전망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진미윤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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