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밝혀
"분단이데올로기이자 일본이 퍼뜨린 오류"
北인구 편입으로 '규모의경제' 가능
저임금·저지대 발판 경제성장도 기대
"통일한국 GDP 성장률 10%대도 가능"


정세현 "통일비용 40조원 수준…수백조원 주장은 오류"(종합)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통일비용에 분단비용을 빼고, 통일로 거둬들일 수익도 더하면 통일은 남는 장사입니다. 비용(투자)을 이야기하면서 이익을 얘기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아시아경제와의 신년인터뷰에서 "통일비용은 분단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잘못된 공포"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실제로 통일을 이야기할 때면 천문학적인 '비용' 문제가 항상 제기된다. 남북의 경제력 차이를 고려하면 수백조원의 혈세가 투입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 전 장관은 지금 한국사회에서 논의되는 '통일비용'은 계산과 개념 모두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호남 기자 munonam@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호남 기자 munonam@

원본보기 아이콘


◆통일비용에 분단비용 빼고 통일수익 더하면 남는 장사
그는 "통일에는 비용도 든다. 그러나 이익도 있다. 통일은 북한의 낮은 임대료와 저임금을 활용할 수 있고,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끌어 올린다. 분단에 의해 강요된 무기구입비용도 줄인다"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이 부담할 비용을 줄이고 북한의 자원을 저비용에 쓸 수 있어 전체 통일 비용이 크게 준다는 의미이다.


이 주장은 신창민 중앙대 명예교수가 2007년 국회에 제출한 '통일비용 및 통일편익' 보고서에도 등장한다. 보고서는 남북경제 격차를 해소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통일비용으로 보고,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6.0~6.9%가 통일비용으로 나간다고 봤다. 한국이 분단으로 인해 지출하는 분단비용은 GDP의 4.35~4.65%로 추산됐다.


이를 빼면 순투자비용, 즉 순통일 비용은 GDP의 1.35~2.55%다. 이를 2017년 한국의 명목GDP(약 1730조원)에 적용하면, 통일비용은 23조~44조원 수준이라는 것이 정 전 장관의 설명이다.


오히려 비용보다는 플러스 효과가 크다는 주장도 폈다. 정 전장관은 "2500만명 정도의 북한 인구가 편입되면 통일비용을 제하고도 통일시 연간 8.7~9.9%의 GDP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통일비용은 '분단 이데올로기'의 산물
그는 '통일비용'을 분단 이데올로기가 만든 허상이라고 비판했다. "통일에 돈이 엄청 들어간다는 건,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걱정하면서 나온 잘못된 상상력에 의한 공포"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북한에 내 전 재산을 투자하고 싶다"고 밝힌 게 빈말)이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북한의 모든 걸 남한이 책임진다는 전제하에서 만들어진 논리가 통일비용이다. 그런데 북한은 절대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조건적으로 남한에게만 의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정 전 장관은 이어 "만약 북ㆍ미 수교가 이뤄진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이 북한 투자를 독식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다. 북한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에서 밀려 들어오는 외자를 적극 활용할 것이고 한국 역시 그 물결 중 하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외자 간 경쟁을 유도하는 한편 자신이 지분의 51%를 획득하는 식으로 경제주도권을 갖고 경제를 발전시켜나갈 거라는 추정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호남 기자 munonam@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호남 기자 munonam@

원본보기 아이콘



◆일본의 '남북통일 공포증'
정 전 장관은 통일비용이란 개념을 만들어낸 것도 일본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의 장기신용은행이 90년대에 남북의 통일비용을 과도하게 계산해 퍼뜨렸다. '통일 공포증'을 불러일으키면서 '한국의 경제능력으론 감당을 못 하니, 일본이 도와줘야 한다'는 식으로 단서를 달았다"고 말했다.


즉 통일비용을 부추겨 남북통일을 방해하는 한편, 설사 통일이 이뤄지더라도 통일한국 투자에 포석을 얹으려는 시도였다는 것이다.


◆독일의 실수는 반복 말아야
다만 정 전 장관은 과도한 통일비용 소모와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독일 통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이 지적한 독일 통일 과정의 경제적 실수는 동·서독의 화폐통합과 동독 지역 주민의 부동산 권리 인정이었다.


당시 서독의 헬무트 콜 기독민주당 총리는 통일 이후 총선을 앞두고 화폐통합을 서둘렀다. 당시 서독과 동독 화폐의 교환가치는 명목상 2:1, 실질 구매력은 4:1수준이었다. 당장에는 동독 사람들에겐 이득이 되는 듯했다. 원래 서독의 1마르크짜리 물건을 사려면 동독의 4마르크가 있어야 했지만, 가치를 동등하게 해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조치는 동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패착이 됐다. 동독의 인건비가 4배나 오른 셈이라 기업들이 동독에 공장을 세울 유인이 사라진 것이다.


무너지는 베를린 장벽

무너지는 베를린 장벽

원본보기 아이콘


콜 정부는 또한 동독 출신으로 서독서 살던 사람들에게 동독 내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인정했다. 동독지역의 땅값이 올라갔다. 인건비까지 오른 마당에 지대까지 오르니 시장에서는 아무도 동독에 굳이 공장을 지으려하지 않았다. 결국 동독 경제개발은 서독정부의 투·융자가 중심이 됐다. 정부 재정, 즉 혈세가 엄청나게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AD

정 전 장관은 "독일이 했던 실수는 절대 우리가 다시 저지르면 안 된다. 북한을 특수경제관리구역으로 설정해서 부동산 투기가 발을 못 들이게 막아야 한다. 그렇게 북한의 자생력을 키워야 통일비용도 줄이고 편익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