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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구 하남주공1단지아파트 주민 ‘하남 건강위원회’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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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 주민 문지방 닳도록 찾아온 이웃 손잡고 체조·산책"

광산구 하남주공1단지아파트 주민 ‘하남 건강위원회’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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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해섭 기자]"12년 동안 집에만 있던 나를 밖으로 부른 게 ‘하남 건강위원회’다. 이웃과 어울리면서 살맛을 찾았고, 이제는 이웃집 문을 두드리고 다닌다. 좋은 것을 나만 알고 있으면 도리가 아니지 않는가.”
차승준(가명·62) 씨는 올해로 12년째 광주 광산구 우산동 하남주공1단지아파트에 살고 있다. 뇌병변 2급 장애를 갖고 있는 그는 몸 오른쪽을 쓸 수 없고, 사는 형편도 좋지 않았다.

차씨의 ‘마실 나들이’시작은 광산구 우산건강생활센터 직원들을 만났던 올해 3월부터다. 당시는 우산건강생활지원센터 측이 이 아파트 주민들의 몸과 마음 건강을 북돋는 사업을 막 마련했던 때.

사업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편안히 모셔와도 호응이 적을 판에 시작부터 끝까지 주민들이 주도하게끔 기획했기 때문이다. ‘이웃과 다툼이 잦고, 연대감도 약한 이 아파트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느냐’는 우려 섞인 비판도 들려왔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행정기관이 내려 온 운전석에 주민이 앉으니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벌어진 것.

주민들은 우산건강생활지원센터와 하남종합사회복지관이 올해 1월부터 마련한 워크숍, 간담회, 건강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내용도 풍성해졌다. 수인사 정도로 시작한 분위기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넋두리도 있었고, 마음에 담아 둔 시빗거리가 불거져 육두문자가 오갈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공직자들이 개입해 공통분모에 초점을 맞춰갔다. 공직자들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거리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석 달 정도 교류와 소통 시간을 가진 후 주민들은 ‘하남 건강위원회’를 만들었다. 운영위원 5명, 건강지도자 32명 모두를 아파트 입주민이 맡았다. 이들은 매주 노란 조끼를 입고 입주민 앞에 섰다. 이웃 문을 두드리고, 고장 난 시설을 고쳤다. 광장에서 건강체조 시범도 보였다. 월간지 <하남건강>도 발행해 마을 소식을 알리고, 참여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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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시작 반년이 지난 지금, ‘하남 건강위원회’참여 주민들은 대폭 늘었다. 위원회의 양적 팽창은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남주공1단지아파트 주변 1km 구간을 한마음 건강로로 꾸며 주기적으로 걷고 있다. 보다 재미있는 길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은 다른 지역을 벤치마킹하고 워크숍을 열어 꽃길, 숲길, 운동길 등 주제별 코스도 만들었다. 꽃상자를 놓고, 조형물을 설치하기 위해 망치와 용접봉을 직접 든 주민들은 ‘왕년의 솜씨’를 자랑했다.

현재 주민들은 둘레길 걷기와 건강체조를 매주 한 차례 연다. 부담 없이 쉽게 참가할 수 있어 행사마다 평균 30여 명이 참가한다. 또 1인 가구 세대주 중 건강에 유의해야 할 400세대를 매월 두 차례 찾아가는 ‘안녕하세요 방문단’도 운영한다. 안부와 건강을 살피고,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즉시 우산건강생활지원센터와 하남복지관에 연락하는 게 방문단의 임무다.

하남 건강위원회는 또 하나의 ‘야심작’을 준비 중이다. 호남대 간호학과의 도움으로 보다 과학적인 정책을 위해 주민의 ‘건강요구도’조사에 나선 것. 계층, 특성별로 선정한 표준집단 306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부터 6주간 일대일 면접 방식을 썼다. 조만간 나올 조사 결과를 토대로 건강 사업에 ‘대혁신’을 이룬다는 게 하남 건강위원회의 계획이다.

최순종 하남 건강위원회장은 “계획 수립과 사업 시행을 주민이 직접 하니 이웃들도 마음의 문을 열어준 것 같다”며 “벌이가 건강으로 직결하는 요즘 세태에서 이웃끼리 부대끼며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주민들이 일상에서 스스로 지키는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연대와 참여로 주민이 직접 일구는 건강사업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노해섭 기자 no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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