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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은 왜 투전판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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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정비사업 시공경쟁 건설사 홍보전 과열..不法 횡행
해외건설·SOC투자 감소에 주택집중도↑..건설업 일감부족 방증
사업장 관리감독 지자체, 인·허가 지원 눈치보기에 현실적 한계도


서울 강남권 일대 아파트 전경

서울 강남권 일대 아파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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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사모님, ○○건설에서 다녀갑니다. □□□□에서 식사 한번 모시고 싶은데 시간 한번 내주세요. ○○ 택해달라는 거 아닙니다. 정보를 드리고 싶습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재건축아파트 조합원인 A씨는 최근 이러한 쪽지와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 본인을 ○○건설 직원이라고 소개한 중년 여성은 A씨와 통화에서 "내가 이 아파트 3개 동을 책임지고 있다"면서 "○○의 기술력을 알려주고자 연락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인근 단지와 함께 통합재건축을 추진중인 곳으로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와 주민들에 따르면 이미 몇 주 전부터 특정 건설사 소속으로 보이는 직원들이 단지 주변에 무리지어 있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라고 한목소리로 얘기한다.

또 다른 조합원 B씨는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준 적이 없는데도 시공권 경쟁중인 다른 건설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B씨는 따져 물었지만 통화상대는 십 수년 전 알게 된 연락처라고 발뺌할 뿐 명확히 답하지 못했다. A씨나 B씨를 비롯해 다양한 조합원이 구청에 민원을 넣는 등 대응하고 있지만 규정위반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재건축ㆍ재개발 등 도심정비사업을 둘러싼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호비방이나 위법이 횡행하고 있다. 정비사업 주체인 재건축ㆍ재개발조합이나 건설사의 이해관계, 관리감독 권한과 의무가 있는 지자체의 소극적인 태도, 마케팅 중심으로 바뀐 아파트시장 등이 복잡하게 맞물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정비업계에서 논란이 된 건 이사비다. 역대 최대 규모 사업비로 평가받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에선 시공사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이 이사비로 각 조합원에게 7000만원을 주겠다고 해서 눈길을 끌었다. 올해 지방 정비사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부산 시민공원주변 촉진3구역 재개발사업장에서도 입찰에 참여했던 롯데건설이 무상제공분 3000만원을 포함해 1억원의 이사비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16일 이 사업장의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산업개발 역시 5000만원이 넘는 이사비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사업장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통상 수백만원, 많아도 1000만원이 넘는 일이 거의 없는 점을 감안하면 업체들의 이 같은 제안은 과도한 경쟁의 결과물이다. 정부에서도 과도한 이사비가 문제가 없는지 관련법 저촉여부를 검토하고 나섰다.

최근 건설업계에서 정비사업 시공권 경쟁이 치열해진 건 '먹거리 부족'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건설산업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1960년대 이후 해외와 국내, 국내에서는 건축과 토목 등 각 분야별로 일정한 사이클을 유지해왔다. 1970년대 중동건설 붐 이후에는 국내에서 주택경기가 호조를 보였고, 이후 수도권 주변의 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2기 신도시로 넘어왔다.

이후 최근 4~5년은 마땅히 갈 곳이 뚜렷하지 않았다. 저유가에 따른 해외 사업장 부실이나 수주기근은 여전하며 4대강사업 이후 정부 SOC투자는 꾸준히 감소추세다. 건설산업의 경우 수주산업으로 대규모 장비와 인력, 자재 등을 기반으로 유지되는데 이러한 사이클이 끊기면서 아파트를 짓는 정비사업에 몰두하게 된 것이다. 최근 시공능력평가에서 주택사업 비중이 큰 건설사가 순위가 오르고 대형 건설사 대부분 주택사업 비중이 급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자체마다 형식적인 관리ㆍ감독에 나설 뿐 적극적으로 손쓰기 힘든 점도 한몫했다. 서울 강남권이나 일부 지자체에서는 관할 지역 내 정비사업에 대해 지자체장이 직접 나서 사업에 힘을 실어주는 일이 많다. 지역여론이나 민심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으로선 꼼꼼히 들여다보고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기 어려운 여건인 셈이다.

내년에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는 사업장에선 주무관청을 채근하는 일이 빈번하다. 최근 건설사의 무리한 홍보전으로 일부 조합원의 불만이 높아진 사업장의 경우 관할 지자체인 서초구청에서도 "조합에 여러 차례 행정지도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게 일부 조합원들의 지적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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