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영장기각] 최악은 면했지만...삼성 "산 넘어 산...여전히 안갯속"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최악의 상황을 면했지만 삼성그룹은 여전히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이 부회장이 서초사옥으로 출근해 향후 대응 방안을 점검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면서도 안팎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을 피하긴 했지만 앞으로 지리한 법리 다툼이 예상되는데다 그로 인한 경영 활동 위축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9일 삼성그룹 관계자는 "넘어야 할 산 하나를 넘었을 뿐"이라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밤을 새우다시피한 일부 직원들은 영장 기각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표정은 밝지 않았다. 수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결국 기소를 강행한다면 재판이라는 더 큰 산이 남았기 때문이다.
◆ "이제 겨우 산 하나 넘었을 뿐" = 삼성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이번 사건이 지닌 상징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은 한국사회를 뒤흔든 핵심 이슈다. 사건의 실체가 하나둘 밝혀지면서 여론은 격앙됐고, 특검의 강경 수사를 기대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특검이 강공 드라이브를 걸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법적인 판단은 여론의 기류와는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법원은 불구속 재판 원칙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기관이다. 피의자 법률 방어권을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어떠한 편견도 없이 오직 법과 원칙을 토대로 판단하는 것은 말은 쉽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판단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조의연 부장판사는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을 겨눴던 칼을 칼집에 집어넣지 않은 만큼 추가 공방의 개연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특검이 수사결과를 토대로 기소를 선택한다면 결국 판단은 법원의 몫이다. 삼성은 법무팀 등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자금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할 계획이다.
◆ "향후 경영 활동 위축 불가피" =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을 면했지만 경영 활동은 일부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주회사 전환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말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체제 도입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올스톱됐다.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라도 계속 특검의 수사가 진행된다는 점, 대통령 탄핵 여부에 따라 정권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점, 차기 정권이 삼성 지주회사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는지 등이 모두 오리무중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검토 결과를 3월 께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이 부분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회사 내부적인 상황 뿐 아니라 다양한 외부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활동에 정상적으로 참여하긴 어려운 만큼 지금까지 미뤄왔던 사장단 인사와 임원인사, 미래전략실 해체 작업 등이 언제 어떻게 재개될 지도 미지수다.
삼성그룹 내부 뿐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인 특검 수사, 대통령 탄핵 여부, 차기 정권 등 여러가지 복잡한 외부 사안이 얽혀있기 때문에 기존에 계획했던 이슈들도 재검토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 그룹 관계자는 "구속을 피했다는 것 외에는 여전히 모든 것이 안갯속"이라며 "살얼음판을 걷는 위태로운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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