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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무전유죄' 외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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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전 오늘, '지강헌 사건' 발생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처음 입에 오르내린 때는 1988년이다. 일요일 서울 한복판 주택가에서 벌어진 인질극에서 이 말이 튀어나왔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지강헌 사건'이다.

28년 전인 1988년 10월 8일. 영등포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지강헌 등 미결수 12명이 다른 교도소로 이감되던 중 호송버스를 탈취하고 교도관들의 권총을 빼앗아 서울로 달아난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이들 중 지강헌을 비롯한 4명이 15일 밤 북가좌동 고모씨의 집에 침입해 고씨의 가족을 인질로 붙잡았다. 16일 새벽 고씨가 인질범들이 자는 사이 탈출해 신고를 하고 경찰 1000여명이 집을 포위하면서 대치가 시작됐다.

이 인질극은 전국에 중계됐으며 일요일이던 당시 국민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14시간 동안 이어지던 인질극은 범인 두 명이 권총으로 자살하고 이어 이 사건을 주도한 지강헌이 유리조각으로 목을 찔러 자살을 시도하면서 마무리됐다. 지강헌은 진입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병원에 옮겨졌지만 숨졌다. 인질들은 모두 무사히 구출됐다.
지강헌 사건을 다룬 영화 '홀리데이' 포스터

지강헌 사건을 다룬 영화 '홀리데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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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강헌은 분명 흉악한 범죄자였다. 하지만 그가 이 인질극을 벌이는 도중 외쳤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전 국민의 공감을 샀다. 지강헌은 556만원을 훔쳐 달아나다 17년형을 선고받았다. 징역 7년에 보호감호 10년이 더해진 것이었다. 지강헌에게 내려진 판결은 당시 밝혀진 것만 76억원을 횡령하고도 징역 7년을 선고받고 2년 만에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과 비교되기도 했다.

지강헌은 인질범 중 마지막 한 명이 되자 비지스의 '홀리데이'가 들어있는 테이프를 요구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경찰이 이를 잘못 알아듣고 스콜피언의 '홀리데이'를 줬다는 얘기도 있다는 것이다. 두 개의 테이프를 받아 지강헌이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틀었다는 주장도 있다.

지강헌이 최후를 맞은 지 28년이 지난 지금, 없는 사람은 경미한 죄로도 가중처벌을 받고 있는 사람은 가벼운 처벌만으로 풀려나는 세태는 바뀌었을까. 최근에도 재벌이나 유력 정치인 등에 대한 솜방망이 판결이 나올 때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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