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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뇌연구 신흥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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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원 단장

▲임혜원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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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원래 전공은 화학이었다. 화학을 공부하던 중 세로토닌, 도파민, 아세틸콜린 같은 간단한 구조의 작은 화합물들이 우리 뇌를 조절한다는 것이 규명되고, 이를 기반으로 우울증, 파킨슨병, 치매 등의 뇌질환 치료제가 개발되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껴 신경과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최근 뇌 연구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뇌심부 자극술, 줄기세포 치료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뇌질환 치료가 활발히 시도되고 있어 그간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치매나 파킨슨병 환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지난 수십 년 간 축적된 연구의 성과로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졌고, 향후 5~10년 이내에는 의료현장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그밖에도 우리가 예기치 못한 획기적인 뇌과학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게 될 것이다.

 한국 뇌과학 연구의 역사는 불과 20여년 정도로 더 짧다. 1997년에 '한국뇌신경과학회(KSBNS)'가 설립되었고, 1998년에 뇌연구를 효율적으로 육성ㆍ발전시키기 위해 '뇌연구촉진법'이 제정된 이후 실질적인 연구비가 투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자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한국 뇌과학의 경쟁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전략기술 분야에서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 확보를 목표로 한 '21세기 프론티어사업'에 뇌과학 분야가 선정되어 지난 10년간 많은 연구비가 투자되면서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2011년에는 KIST 뇌과학연구소와 한국뇌연구원이 설립되었다. 2014년에는 뇌과학 전문 연구기획, 평가, 관리를 위해 한국연구재단에 '뇌ㆍ첨단의공학단'이 신설되어 필자가 초대 단장을 맡기도 했다. 이 모든 노력들이 바탕이 되어 지난 5월30일에는 국가 차원의 '뇌과학 발전전략'이 수립되어 향후 뇌연구 신흥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작업들이 바쁘게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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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뇌과학 연구의 변화와 도약을 앞둔 시점에서 뇌과학 분야의 정책을 담당했던 전문가이자 실제 실험실을 운영하는 연구책임자로서 우리나라가 뇌연구 신흥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형 뇌 연구가 필요하다. 보통 기술력이 뒤처지거나 소재의 국산화가 필요한 연구 분야에 '한국형 연구'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한국형 뇌 연구는 한국인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정말 꼭 필요한 분야의 연구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우울증, 자폐증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급격하게 증가하는 특이적 뇌질환군이 있으므로 그러한 질환을 중심으로 하는 뇌 연구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여 관련 기술을 선점하고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뇌과학 발전전략의 특화 뇌지도 사업은 시의적절해 보이며, 이를 특정 질환군에 특화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좋은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둘째, 개별 연구가 아닌 집단(group) 연구가 필요하다. 국내 뇌과학 연구자들 가운데 세계적 수준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우수한 연구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연구자들의 연구는 대부분 지나치게 기초연구에 치중된 것이어서 뇌질환의 진단 및 치료법 등 산업에 직접 적용되기에는 상당히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기초연구를 등한시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뇌과학 분야의 응용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 초기단계부터 기초-임상-공학자가 함께 연구를 수행하는 한 팀을 구성하여 연구를 수행하는 효율적인 R&D 수행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집단 연구를 통해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뇌과학자를 육성해야 한다. 현재 바이오산업은 타 분야에 비해 여러 가지 여건이 취약해서 박사학위 취득자들도 취업이 어려운 상황이고, 이로 인해 수 년 전부터 우수 인재들이 바이오 전공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에 전공 학과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뇌과학 분야에서 어떻게 우수 인재를 양성하여 현재까지 축적된 기술들을 이어받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새로운 학과를 만드는 것은 대학의 정원 문제와 연결되어 있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각 대학마다 최소 5개 이상의 학과가 참여하는 뇌과학 융합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방법이나 뇌과학 강좌를 대학원 과정에 신규로 개설해 뇌과학적 마인드를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뇌과학 발전전략에 인력 양성에 관한 내용을 반드시 포함시켜 관련 예산을 지원하는 한편, 연구비 규모는 다소 작더라도 모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소규모 과제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비록 학문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최근 뇌과학 분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다른 그 어떤 학문 분야보다 높다. 이러한 뜨거운 관심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우리나라가 뇌연구 신흥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연구저변 확대를 통한 인력 양성과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연구방법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임혜원 KIST 신경과학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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