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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 사람들은 아파트의 어디에 큰 개를 기르는가 / 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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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목줄을 잡아챈 사람들이 큰 개를 끌고 보도
블록을 지나 아파트로 돌아온다 길들여진다
는 것은 금방 다시 관대해지는 것 보도블록
을 걸으며 개들은 뼈를 털 속으로 정돈한다
보도블록은 왜 자꾸 교체되는가 보도블록의
무늬는 어디까지 반복되는가 큰 개도 보도블
록도 신호등도 말이 없다 목소리는 어떻게
말을 만들어 낼 수 있나요 아파트는 허공의
목소리가 만들어 낸 허공의 가설이어서 엘리
베이터가 멈출 때마다 개와 사람이 어둠 속
으로 사라진다 불빛을 쌓아 올린다 쌓는 순
간 무너질 운명을 새로 가지게 된단다 그래
도 목소리는 어떻게 말을 만들어 낼 수 있나
요 허공은 관대하고 관능적이다 목소리가 제
거된 개들은 허공에서 배운다 머리를 치켜세
우고 목을 쭉 뽑고 울지 말아라 교양인은 큰
소리로 말하지 않는 법이란다 교양견은 소리
내어 울지 않는 법이란다 눈부시게 추락하는
꽃들 저것이 꽃나무의 목소리다
[오후 한詩] 사람들은 아파트의 어디에 큰 개를 기르는가 / 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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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금하다. 참 궁금하다. 정말이지 저렇게 큰 개가 아파트의 어디에서 살고 있는 걸까? 거실일까, 침실일까, 베란다일까, 아니면 다용도실일까? 앞 동이나 옆 동이나 다 고만고만한 평수인데 저 집채만 한 개를 어디에서 키우는지 좀체 상상이 되질 않는다. 그것도 그렇지만 한낮에 주차장이나 근린공원에서 목줄에 묶인 채 펄쩍펄쩍 뛰고 있는 개를 보고 있자면 그저 애잔하고 불쌍하다는 생각만 든다. 얼마나 달리고 싶을까, 저 개는.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저 큰 개가 짖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다. 짖고는 있지만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거다. 그저 허공을 향해 텅 빈 울음을 던지고 다시 던질 뿐. 성대가 제거된 저 큰 개는 진짜 개일까, 아니면 개 모양을 흉내 낸 살아 있는 인형일까? 그 개를 키우고 있는 우리는,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는 도대체 무엇일까?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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