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형건설사 해외영업담당 임원은 "지난해 그리스의 EU 탈퇴 이슈가 불거져 유로화가 하락하면서 애를 먹은 걸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답답하다"며 "올해 중동시장에서 이란이라는 새로운 금맥이 터졌는데 브렉시트는 해외영업맨들을 좌절하게 하는 재료"라고 탄식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2014년 중동 수주 톱10에 들었던 유럽건설사가 단 한 곳에 불과했다"며 "유로화 약세가 중동 건설시장 내 유럽 건설사의 시장점유율로 곧장 이어져 중동 건설시장의 지형 자체가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최악의 수주 가뭄에서 허덕이다가 올해 1분기에 반전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는 그 순간 브렉시트가 터졌으니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엄살로 다가오지 않는다.
더구나 올해 조선 해운에 이어 건설업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이라는 풍문이 나돌고 있는 터다. 국내 주택경기가 완연히 둔화되면서 중장기 성장동력을 중동, 중남미 지역을 근거로 한 플랜트에서 찾아야하는 상황에서 브렉시트는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손님에 다름없는 것이다.
실제 최근 대한건설협회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기업을 공개하는 건설사 120곳에 대한 경영성과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률 등 성장성과 수익성뿐만 아니라 안전성 지표인 유보율까지 전년보다 크게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 환경은 빡빡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 자체가 취약업종으로 분류되면서 금융권이 지갑을 닫은 결과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시공에서 벗어나 기획에서 관리까지 모두 책임지는 글로벌 디벨로퍼 육성을 외치지만 국내 건설사들은 단기적 자금 회수에 치중하고 있다"면서 "선진 경쟁업체과 비교해 설계, 기술 등 고도화전략에 집중하지 못하는 환경이 계속된다면 글로벌 디벨로퍼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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