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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보안은 종이에서부터…돈 종이 만드는 제지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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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폐공사 부여제지본부 르포…주 원료 '솜'이 위변조 방지기술 총집합한 '용지'되기까지

(사진제공=한국조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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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대전역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충청남도 부여시에는 국내·외 은행권에 쓰이는 보안용지를 제조하는 조폐공사 제지본부가 있었다. 8일 오전 기자단을 태운 버스는 제지본부 입구 앞에서 멈춰섰다. 제지본부 보안 담당 관계자가 들어와 보안서약서를 작성한 기자들에게 제한구역에 들어갈 수 있는 출입증을 하나씩 나눠줬다. 출입증을 소지하고 나서야 제지본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조폐공사 제지본부는 24만8312㎡(약 7만5000평)의 부지 위에 제지공장, 관리시설, 사무시설 등이 구비돼 있다. 박경택 조폐공사 제지본부장은 "여기는 은행권, 수표, 증권용지 등 위조가 되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종이들을 만드는 곳"이라며 "종이만큼은 절대 위조가 될 수 없도록 여러 기술을 개발해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로 우리나라 지폐 제작에 사용되는 종이를 만드는 제지공장은 당초 1958년 대전에 세워졌다. 이후 1983년 충남 부여에 제지공장을 이전했고 1994년 초지 2호기를 증설했다. 1983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30년간 원재료인 면펄프를 20여번의 공정을 통해 용지로 전환하는 과정을 이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 제작한 종이는 돈으로 인쇄되는 과정을 위해 화폐본부로 옮겨지거나 해외 지폐에 사용되는 용지의 경우 수출된다. 2007년 1월에는 제지본부로 개칭됐다.

◆ 은행권용지 주 원료는 솜…하얀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형광 색섬유'=지폐에 사용되는 은행권 용지는 4만6063㎡(약 1만3900평) 공장 내에서 제작된다. 공장에 들어서자기계소음 때문에 설명을 하는 제지본부 관계자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공장 전체에는 약품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은행권 용지 제작은 솜에서 시작됐다. 전세계적으로 은행권 용지는 동일하게 목화면으로 만든 솜이 주 원료다. 세탁기에 빨아도 지폐가 찢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도 솜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솜이 돈이 되기 위해서는 펄프로 만들어져야한다. 이 과정은 현재 국내가 아닌 우즈베키스탄에서 공정이 이뤄진다. 조폐공사는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과 합작으로 우즈베키스탄에 자회사 GKD(Global Komsco Daewoo)를 세우고 현지 솜을 펄프로 제작해 국내로 들여온다.
은행권 용지에 들어가는 비가시 색섬유 (사진제공=한국조폐공사)

은행권 용지에 들어가는 비가시 색섬유 (사진제공=한국조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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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지본부 공장에서 공정을 시작하는 건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든 펄프에서부터다. 펄프가 용지로 제작돼 화폐본부로 넘어가도록 포장되기까지는 2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종이 형태로 들어온 펄프가 가장 먼저 거치는 과정은 지료공정이다. 지료공정은 펄프를 푸는 것에서 시작해 여기에 보안의 핵심인 위변조 방지기술인 '비가시 색섬유'를 섞는다. 비가시 색섬유는 눈으로 보기엔 하얀 솜처럼 보이지만 자외선 형광램프를 통해 보면 각각이 내포하고 있는 색이 보이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청색, 녹색, 적색이 지폐에 사용되는 종이에 들어가게 된다. 손만옥 제지본부 지료부장은 "우리나라 특허 기술이 반영된 색섬유가 종이에 들어가면 위조를 방지할 수 있다"며 "시중에서 아무리 지폐를 위조하더라도 이 기술은 절대 따라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가혹한' 돈 종이 제작 과정…"어떤 환경에서든 견딘다"=종이의 재료를 완성하는 지료공정이 끝나게 되면 초지(抄紙)공정에 들어간다. 초지공정은 종이에 은화와 은선을 삽입시켜 압착, 건조하고 화학약품으로 표면처리해 강도를 키우는 과정이다. 지폐의 위변조방지를 위해 거치는 과정은 은화(隱畵·숨은 그림)와 은선(隱線·숨은 실선)을 삽입하는 환망(還網) 공정이다. 지폐를 유심히 살펴보면 용지 내부에 삽입된 금속 선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은선이다. 또 햇빛에 만원권을 비춰보면 앞면 좌측에 세종대왕이 나타나는 데 이를 은화라 한다. 은화와 은선을 만들기 위해서 지료공정이 거쳐진 종이에 동으로 만들어진 원통형 환망을 굴려 습지필을 만든다.

환망 공정을 거친 후에는 수분을 빼고 건조시킨 후 압력을 이용해 약품을 넣는 과정을 거친다. 물이나 약품에 수차례 넣었다가 700도가 넘는 온도에서 돌을 가열시켜 말리고, 스팀으로 건조시키는 등 여러 방식을 통해 종이를 가혹한 환경에 밀어넣는다. 손 부장은 "지폐가 어떤 환경에서나 견딜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라며 "종이가 과하게 마르면 찢어지기 때문에 이 과정을 통해 은행권 용지가 항상 수분 6%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공정중인 은행권용지(사진제공=한국조폐공사)

공정중인 은행권용지(사진제공=한국조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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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번의 공정을 거쳐 완성된 은행권 용지는 겉으로 보기에 도화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24시간만에 펄프가 위변조방지 기술이 총집합한 은행권 용지로 완성됐다. 완성된 용지는 장수를 3차례 확인한 후 국내 지폐용일 경우 인쇄를 맡는 조폐공사 화폐본부로 보내진다.

조폐공사 제지본부는 국내 뿐 아니라 다른나라 은행권 용지도 제작, 수출한다. 1970년 태국에 증지 수출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페루, 인도 등에 은행권 용지와 주화를 수출했고 스위스에는 면펄프 및 잉크 안료 등을 판매했다. 이날 제지본부 기계는 인도에 보낼 은행권 용지를 제작중이었다.

김화동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올해 아시아 3개국에 은행권 용지를 공급할 예정"이라며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발굴하고 가격, 품질 등 고객 요구에 선제적 대응과 기술사업화 노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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