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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샛길, 로스쿨 지름길…법대생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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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port] 남아 있는 대학 학부 법학과, '로스쿨 체제' 틈새전략 묘수 찾기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권재희 수습기자, 이민우 수습기자] "꿈이 사라져버려서 참 많이 방황했죠." 대학 3학년이던 2011년 사법시험에 뛰어들었던 숭실대 법대 08학번 이모(28)씨는 법조인의 꿈을 접었다.

2017년 사시 폐지를 앞두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을 고민해봤지만, 등록금 부담에 따라 도전을 포기한 것이다. 이씨는 기업 수출팀, 카드회사 영업직 등을 전전하다 공인노무사 준비로 방향을 틀었다.
상명대 법학과에 입학했던 정모(27)씨는 '로스쿨 체제' 이후 대학생활의 많은 게 달라졌다. 이 학교 법학과는 지난해부터 '공공인재학과'로 이름이 바뀌었다. 정씨는 "소속이 사라져 후배도 없고 법학과가 있었다는 걸 기억할지 모르겠다"면서 "로스쿨이 내 삶에 이렇게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공무원 샛길, 로스쿨 지름길…법대생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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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전국 25개 대학은 2009년 로스쿨 신입생을 받으면서 학부 법학과 학생을 뽑지 않는다.

법학과 자체가 대학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동국대, 숙명여대, 홍익대 등 학부 법학과가 존재하는 대학도 여전히 있다.
대학 법학과는 로스쿨 체제의 '틈새 전략'을 찾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학부 법학과를 다른 이름으로 바꾸거나 아예 없애는 대학도 있다. 학생들은 더 막막할 수밖에 없다.

명지대 법대 졸업생 정모(29)씨는 현재 한 연예기획사에서 일하고 있다. 정씨는 "로스쿨이 도입되자 많은 학생이 다양한 진로로 퍼져나갔다"고 말했다.

법대생들의 사회진출 통로로 떠오르는 대상은 공무원이다. 과거 법원행정직이나 검찰직 등 법조 공무원 위주로 진출을 준비했다면 지금은 분야가 더 다양해졌다.

일반 행정직이나 세무직 등 다양한 영역이 민법, 행정법과 같은 법학 과목을 '시험 필수'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홍익대 법대를 졸업한 지모(30)씨는 "시험 과목과 난이도 등을 고려하다 보니 아무래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명지대 13학번 권모(23)씨도 "다른 전공보다 공무원 준비에 유리할 것 같아 법대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로스쿨 체제에서 법대의 장점을 살려 나가고자 '정공법'을 선택하는 대학도 있다. 로스쿨이 법학적성시험(LEET) 실질 반영률을 높일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반 학부 출신보다는 법대생들이 유리한 측면도 있다.

숙명여대는 교내 취업경력개발원과 협업을 통해 로스쿨 고시반을 운영하고 있다. 제8기 로스쿨에 34명이나 합격자를 배출하는 성과를 냈다. 우병창 숙명여대 법학부 학부장은 "신림동 고시촌에서 나오는 모의고사를 구해 시험을 치르게 하는 등 학교에서 다방면으로 지원한다"고 말했다.

동국대도 사법시험 고시반, 로스쿨 준비반과 노무사, 세무사, 변리사 등 자격증 시험준비반 등을 운영하고 있다. 동국대 관계자는 "로스쿨 대비 논술반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홍익대 법대는 학생들의 진로를 공공인재(공무원시험), 로스쿨 진학, 국가고시, 기업법무, 금융법무 등으로 구분해 교수의 관리를 받는 진로지도프로그램을 마련해놓았다.

법무부가 2021년까지 사시 폐지를 유예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하면서 사시가 내년을 끝으로 없어질지 당분간 유지될지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학 법학과로서는 '법조 체제의 불투명성'이라는 또 다른 변수까지 고려하면서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숭실대 법대 학장을 역임한 오시영 교수는 "지금까지 법대가 사법시험을 통한 법조인 양성에 치중했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법학 지식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권재희 수습기자 jayful@asiae.co.kr
이민우 수습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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