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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온도 높아지니 명태 떠나고 오징어 찾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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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지구 온난화로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우리나라 '물고기 지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따뜻한 물에 사는 난류성 어종이 늘고 찬물에 사는 한류성 어종은 줄어들고 있다. 난류성 어종의 북방 한계선도 점점 북으로 올라가는 중이다.
8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14년까지 47년간 한반도 주변 바다의 평균 표층 수온은 16.1도에서 17.3도로 약 1.2도 올랐다.

수온이 바뀌면 해류 흐름이나 먹이 생물량과 분포 등도 덩달아 변해 이를 따라 물고기도 이동한다.

동해에 살던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온난화와 자원 남획이 맞물려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1980년대 매년 20∼30만t가량 잡힌 '국민 생선'이었으나 지금은 거의 잡히지 않는다.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는 명태의 90%가량은 러시아산이다. 국내에서 수입하는 명태의 주요 어장은 오호츠크해 어장과 북서부베링해 어장 등이다.

강수경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는 "수온이 오르면서 찬물에 사는 명태가 부화할 때부터 서식환경이 좋지 못해 생존율이 낮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후가 바뀌면 먹이생물 분포도 달라져 물고기가 바로 적응을 해야 하는 데 어린 물고기는 상대적으로 적응 능력이 떨어져 바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겨울철 동해 연안에 산란하는 도루묵도 자원이 감소했다. 연간 어획량이 1970년대에 최대 2만여t에 달했으나 2000년 이후 3000t 안팎으로 줄었다.

명태와 도루묵이 떠난 동해에는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와 멸치 등이 살고 있다.

겨울철 제주 해역과 남해안에 주로 형성되던 오징어 어장은 1990년대 후반 들어 동해안 전역으로 확대됐다. 동해에서도 경북 연안에서 주로 잡히던 오징어가 이제 강원도 앞바다에서도 많이 잡힌다.

동중국해로부터 난류가 북상해 서해안에도 오징어 어장이 생겼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수온 변화로 오징어 서식환경이 좋아져 오징어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남해안에 대표 어종이던 멸치도 동해와 서해를 포함해 우리나라 바다 전역에서 잡히고 있다. 멸치는 1993년 이후 20년 넘게 연간 어획량 20만t 이상을 유지하는 국내 어업생산량 1위 어종이다.

난류성인 제주도 명물 옥돔은 경남 거제도 앞바다에서 2012년에 처음으로 2마리가 발견된 이후 심심치 않게 잡히고 있다.

동해 독도 주변 해역이 남해로부터 올라오는 난류의 영향권에 들기 시작하면서 작년 6월에는 독도에서도 옥돔이 발견됐다.

아열대성 어류도 남해안을 중심으로 한반도 주변에 터를 잡고 있다.

제주도 주변에서 어획 시험조사를 하면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아열대 어종이 한두 개체 정도였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 개체 수가 대폭 늘었다.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연구센터 조사에 따르면 제주 연안의 아열대 어종 비율은2011년 48%에서 2014년 51%로 늘어 절반을 넘어섰다.

2014년에 어류 95종이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아열대성어류는 48종이었다. 제주 연안에 나타난 대표적인 아열대성 어류는 청줄돔, 가시복, 거북복, 쥐돔, 꼬리줄나비고기, 철갑둥어 등이다. 주로 필리핀, 대만, 일본 오키나와 연안 등에 주로 서식하는 어종이다.

전형적인 아열대성 어종이자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참다랑어는 아직 매년 어획량 편차는 있지만 연근해 수온 상승으로 어획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참다랑어는 1990년대 후반부터 계절에 따라 남해안에서 어장이 만들어졌으나 70㎝ 미만 소형 물고기가 대부분이었다. 2008년 처음으로 제주 인근 해역에서 몸길이 1m 이상의 대형 참다랑어1300여 마리가 잡혔으며 이어 2009년, 2013년, 2014년에도 대량 어획됐다.

이제 제주 연안에서 아열대 어종은 출현 빈도가 높아지고 연중 서식해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주 해역뿐 아니라 동해와 서해에서도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아열대성 어종이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서영상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은 "현재 경제발전 속도로 그대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앞으로 더 가파르게 표층 수온이 오를 것"이라며 "이산화탄소가 해양에 녹아 해양 산성화가 이뤄지면 산호초가 녹아내리는 등 수산자원에 지금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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