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각 주체들이 이전투구를 벌이면서 곳곳에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정치권이 갈등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립 양상을 보이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예전과 달라진 대목은 일상적으로 펼쳐지는 여야뿐 아니라 정치권 전반에 걸쳐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구 획정안을 직권상정하겠다며 문제 해결에 나선 정의화 국회의장도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 의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회에 5일까지 획정안 제출을 요청했지만, 위원들 사이의 이견으로 획정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쟁점법을 두고서도 의장은 청와대와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 의장은 청와대 신년인사회에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나 '경제 법안과 선거구 획정 문제는 완전한 별개의 문제'라며 '두 사안을 연계해 처리하는 것은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달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청와대는 정 의장에 대해 '언론플레이가 지나치다'며 불만을 밝힌 상황이다.
각 당의 사정은 더 나쁘면 나빴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여당의 경우에는 공천룰을 둘러싸고 친박과 비박간의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 총선이 불과 석달 남짓 남았지만 공천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천룰은 공천 학살, 물갈이 등에 이용될 수 있어 계파간, 의원들간 이해가 첨예하다. 야당은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안철수 의원의 창당 작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야권 질서 자체가 재편되면서 혼란상이 펼쳐지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경우 누가 탈당할 것인지를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야권의 주도권을 두고서 비방전과 힘겨루기가 전개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유례없는 혼란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야권의 한 의원은 "그동안 유지되어왔던 1987년 체제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질서 체제가 정립되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이번 총선을 통해 새로운 질서가 정립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총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정치권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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