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추경, 4조원 덜 썼다…세수 채우는 '땜질처방' 우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사실상 공식화한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였던 작년 추경사업에서 쓰이지 못한 나랏돈이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집행실적이 부진할 경우 정부가 내민 추경카드가 경기부양을 위한 마중물 역할은커녕 줄어든 세수만 채우는 '땜질 처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3회계연도 결산 거시ㆍ총량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추경으로 예산이 늘어나거나 줄어든 정부사업을 뜻하는 추경사업 308개의 예산현액(예산액+이월액) 규모는 66조4068억원으로, 이 중 3조9192억원(6.3%)는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월액은 8855억원(1.1%)로 집계됐다.
정부는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4월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제외한 역대 최대 수준으로, 이 가운데 경기부양을 위한 세출확대 용도는 5조3000억원이고 나머지는 덜 걷힌 세금을 보전하기 위한 용도였다.
추경을 통해 돈맥을 틔우겠다는 의도로 기존 정부사업 예산(61조원)에 5조원 이상을 추가했으나, 4조원을 덜 쓴 셈이다. 이는 굳이 추경으로 예산을 늘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정부조차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마당에, 기업의 투자개선 등을 기대하기란 더욱 어렵다.
세부적으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저온유통체계 구축사업에 277억원(예산현액 기준)을 배정했으나 177억원만 지출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은 1051억원 중 293억원만 집행됐고, 보건복지부의 육아종합지원서비스 제공사업도 196억원 중 49억원만 쓰였다. 예산정책처는 "추경 편성 요건이 충족됐다 하더라도 개별 정부 사업이 의도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집행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추경은 분기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실업률 등 일자리 지표를 개선하는 등의 효과는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1분기 0.6%(전기비)에서 추경 편성 이후인 2분기에 1.0%로 올라갔다. 작년 경제성장률은 3.0%로 2012년의 2.3%보다 0.7%포인트 증가했고, 실업률은 3.1%로 0.1%포인트 감소했다. 다만 일자리 확충정책의 경우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취업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돼 질적 측면에서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경을 할 경우 7월 말에는 구체적 시기와 규모를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통상 2~3분기가 지나야 추경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우 지난해 수준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 후보자는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금 경제 상황만 감안하면 추경을 하고도 남을 상황"이라며 "경기 상황과 법적 요건, 재원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추경 낙관론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 정부가 당장 눈앞의 가시적인 성장률에 집착해 추경을 남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재정정책의 중심은 장기적 성장활력 제고에 맞춰져야 한다. 단기부양에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추경을 통한 확장정책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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