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회장의 한달간 행보를 보면 정 전 회장 취임 당시인 2009년과 묘하게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전 회장도 당시 현장경영의 일환으로 삼성중공업을 찾았다. 하지만 정 전 회장의 당시 현장 방문은 삼성 오너 일가와의 만남에 그치는 등 보여주기식 행사에 불과했는 아쉬움을 남겼다.
바닥으로 내려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임금을 반납한 것도 비슷하다. 권 회장은 취임후 첫 사내 임원 회의에서 "회사가 처한 상황 등을 고려해 소기의 성과와 수익성을 구현할 때까지 기본급 30%를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임원들도 자발적으로 임금의 10~25%를 반납하겠다고 화답했다. 계열사 경영진도 임금 반납 대열에 동참했다.
정 전 회장은 2009년 2월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포스코그룹 임원들이 임금을 반납해 모은 100억원으로 인턴사원 1600명을 뽑아 잡셰어링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그 규모는 10%. 당시 임금 반납 운동에는 포스코에너지와 특수강 등 일부 계열사만 동참했었다.
외풍에 대처하는 모습은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전 회장이 당시 이명박 정부 핵심 인사들과 가까워 정치적인 행보를 보인 반면 순수 연구원 출신의 권 회장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정 전 회장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대우인터내셔널 등 매물로 나온 기업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반면 권 회장은 산업은행의 동부제철 자산 패키지 인수 제안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권 회장의 행보가 오히려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적인 배경이 없다 보니 거센 외풍을 막아내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벌써 산업은행은 동부제철 자산 패키지 인수 제안을 통해 권 회장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는 그에게 첫번째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권 회장은 떨어진 포스코의 주가를 다시 올려야 하는 의무감도 있다. 정 전 회장 취임 당시 포스코 주식 가치와 지금 가치를 비교하면 그간 포스코의 위상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극명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실제 정 전 회장 취임 당시 40만원대에 달하던 주가는 14일 현재 31만4000원으로 떨어졌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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