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산월, 100*72.7cm, 1950~1960년

김환기, 산월, 100*72.7cm, 1950~1960년

AD
원본보기 아이콘

김종학, 설악산풍경, 81*100cm, 2001년.

김종학, 설악산풍경, 81*100cm, 2001년.

원본보기 아이콘

김환기·이대원·김종학·배병우·한광석
거장 5인방이 펼치는 색의 향연
박여숙 화랑 개관 30주년 기념展
27일부터 내달 11일까지 열려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어린 아이가 크레파스로 동그라미를 그린 듯 단순하면서도 정감 있는 파란 달, 담담한 선으로 태어난 꽃과 나무에 흩뿌려진 뜨거운 색채, 온갖 화초와 풀벌레가 연희를 벌이는 모습을 담아낸 알록달록하고 울퉁불퉁한 물감자국들. 초겨울인 듯 늦가을인 듯 점점 쌀쌀해지고 있는 요즘, 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런 그림들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전통의 색채미를 현대회화로 구현해 '한국인의 미의식'을 자극하는 이 그림들은 서양회화임에도 우리네 옛 민화를 보는 듯 푸근한 정감이 느껴진다. 고인이 된 김환기(1913~1974년), 이대원(1921~2005년) 두 화백, 그리고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종학 화백(77)의 작품들이다. 세 작가는 모두 우리의 전통과 산하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각자의 회화세계에 담아낸 이들이다.


김환기 화백이 바다가 가까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추상회화로 표현했다면, 이대원 화백과 김종학 화백은 각각 고향에서 농원을 가꾸고 설악산에 정착해 생생한 자연을 그려냈다. 작품 '산월'은 미묘하고 신비로운 감성을 자아낸다. 김환기 화백이 그리워한 전라남도 신안 앞바다의 색깔이다. 짙은 파랑색, 하늘색이 부드러운 느낌으로 달과 바다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이에 반해 김종학 화백의 풍경화는 짙고 현란한 원색조를 띤다. 마치 무당굿에서 볼 수 있는 기운마저 감돈다. 1979년 설악산에 정착한 이후 구상적 이미지를 그리기 시작해 캔버스에 물감을 손이나 붓으로 문지르고 덧칠해 두터운 재료감을 살려낸 즉흥적인 터치가 돋보인다. 2001년작 '설악산 풍경'은 초록색 풀을 바탕으로 빨간 설악의 꽃들을 대비시켜 개성 넘치는 색채미를 구가하고 있다. 이 화백의 '나무(1986년작)'는 청명한 하늘과 뻗어 나가는 나뭇가지의 움트는 생명력을 인상주의 화풍으로 보여주고 있다. 화폭엔 소나기처럼 붓 선이 촘촘히 형형색색으로 그어져 리듬감과 생기가 넘친다.

이대원, 나무, 99.5*72.5cm, 1986년.

이대원, 나무, 99.5*72.5cm, 1986년.

원본보기 아이콘

배병우, 'BWN1A-022HC', 153*275cm, 1996년.

배병우, 'BWN1A-022HC', 153*275cm, 1996년.

원본보기 아이콘
 
세 작가의 화폭의 '앙상블'을 배병우 사진작가와 한광석 염색장의 작품이 거든다. 소나무와 종묘 등 한국의 모습을 사진으로 알려온 배 작가는 창덕궁의 풍경을 내놓았다. 청아한 자연색과 단청색을 감상할 수 있다. 염색장인 한광석의 전통 염색 작품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부터 계승된 전통색의 미려함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컬러풀 코리아(Colorful Korea)'라는 이름으로 개관 30주년을 맞는 박여숙 화랑에서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열린다. 전시기획자인 이태호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는 "한국 현대미술사를 대표하는 세 화가는 각기 다른 개성으로 한국의 색채미를 찾은 거장들"이라며 "배병우 작가, 한광석 장인까지 다섯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으면 전시장이 한국 색의 진수로 가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여숙 대표

박여숙 대표

원본보기 아이콘
 
박여숙 대표(60·여)는 "요즘 미술시장 침체기가 계속되면서, 올 하반기에 들어 첫 전시회를 이제야 갖게 됐다"며 "그러나 30주년을 맞아 뭔가 특별한 것을 준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인 그는 홍익대에서 응용미술을 전공한 후 잡지 '공간사'에서 미술 기자로 활동하며 신인작가를 키우는 화상의 꿈을 키워나갔고 1983년 화랑을 열었다.

AD

이번 전시회에 초대한 세 화가 중 한 사람인 김종학 화백과는 특히 각별한 인연이 있다. 김 화백은 애초에 어두운 분위기의 추상화를 그리다가 80년대 후반께 설악산 풍경을 주로 그리는 구상화 계열로 화풍을 바꿨는데, 그런 변신 뒤 첫 전시회를 가졌던 곳이 바로 박여숙 화랑이었다. 박여숙 화랑은 당시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는 화랑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이미 중견이었지만 "나도 신인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는 김 화백이 이곳에서 신인의 마음으로 '새 출발'을 했던 셈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강강훈, 김점선, 권기수, 이강소, 전광영 등 젊은 작가들을 꾸준히 발굴해왔다. 지난해엔 신호윤, 김아타 작가의 작품을 미국과 홍콩 등에서 열린 해외아트페어에 출품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원로(작고했든 생존해 있든 간에) 작가들과 우리 미술계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화랑과의 만남이란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지난 수십년간 국내 화랑의 숫자는 크게 늘었지만 30년이 넘은 화랑은 박여숙 화랑을 포함해 10곳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따뜻하면서도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전시회가 될 듯하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네이처포엠빌딩 박여숙 화랑. 문의 02-549-7575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